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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Jun 07. 2023

혼혈 아이의 정체성

캐나다인 + 한국인

시대가 바뀌어서 혼혈 아이에 대한 정체성은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걸까?


내 정체성에 대해서 적어라 해도 A4 2장은 적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는 오죽할까. 단점이 아닌 장점만을 키워주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외모를 장점으로 앞세우고 가기에는 너무 보이는 거에만 연연하는 건 아닐까. 장점이 외모 밖에 없나? 그렇다면 이 아이의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된단 말인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 혼혈아이를 쳐보니 이렇게도 많은 혼혈키즈모델이 줄줄이 나온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키워드가 같다. 이런 현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나?


아이들은 정말 하나같이 인형처럼 이쁘다. 그런데 왜 내 마음은 씁쓸한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구세대라 이런 걸 받아들이기가 힘든지도 모른다. 나의 아이도 혼혈이라 이런 것도 해보고 더 이쁜 아이 보면 팔로우도 하고 아줌마팬도 되어주고 그래야 요즘 사람 같긴 한데 난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


그 뒤에 따르는 어둠의 그림자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프라이버시를 둘째 치더라도 너무 무서운 세상이다. 필터링 없이 아이를 이 무서운 세상에 그대로 노출시킬 자신이 없다. 사람들한테 사랑만 많이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꽁꽁 숨겨두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가 커서 그 모든 풍파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지면 그때는 무슨 일이든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되면 내 말 안 듣고 마음대로 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내 역할은 단단한 정신 상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일 것이다.  너무 과잉보호를 해도 안 되겠지만 어차피 내 체력이 그렇게까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적당히 보호해 주게 된다. 아들 엄마는 과잉 보호 하기가 어렵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아이의 에너지를 결국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만 바보같이 아이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나 하다 가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살다 보니 어린 나에서 여자, 애인, 직장인, 한국인, 아내, 엄마, 딸 등등 너무 많은 내가 존재하는데 거기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것은 평생의 숙제가 아닐까. 그 과정에서 엄마인 내가 아이의 정체성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고 도와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너무 세상을 진지 serious 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가볍게 보진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을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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