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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Jun 20. 2023

에세이를 읽다가 부러움에 사로잡히다

글쓰기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_박성혜


<글쓰기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는 아미가 출판사의 전자 매거진 2W 매거진에 연재 된 박성혜 작가의 글을 모아 만든 종이책이다.

처음 책을 받아 든 순간 연한 레몬색에 대표 문장이 적힌 책갈피까지 너무 세련미가 넘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어나가니 겉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닌 내용도 '우와~멋지다'를 연발하게 만든다.


저자는 여행작가님이시다. 에세이나 소설은 자주 접해도 여행작가는 생소했다. 하지만 막연히 여행+작가 자체가 하나의 로망이고 설렘으로 다가왔다. 더욱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녀의 20대 때 직업이다. 저자의 첫 직업은 미술관 큐레이터였다. 거기서 나는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왜냐하면 나도 같은 직업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미술관이 아닌 대안공간(정부 지원금으로 신진작가 전시기획 및 작가 발굴, 양성하는 공간)에서 일을 했었다. 그 후로 나도 직종을 완전히 바꾸긴 했지만 그 부분의 내용이 많이 공감이 갔고 찌찌뽕 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 주말 근무가 너무 힘들었고, 또 어느 날은 회장님과 사모님의 비위를 맞추는 게 진저리가 났다. 돌이켜보면 이 두 가지 이유가 큐레이터로서의 커리어에 브레이크를 건 가장 큰 이유다.
<글쓰기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_박성혜> p.52


대안공간에서의 일은 회장님이나 사장님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었지만 그 반대로 정부 지원을 받아 월급부터 전시의 전반적인 것을 다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오래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젊은 작가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그 취지는 지금 생각해도 마음에 든다. 박성혜 작가의 이 글은 나의 과거 커리어를 함께 상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즐겁게 읽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하와이를 15번이나 갔던 저자의 경험이었다. 이 글을 읽으며 여행 가이드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거나 인터넷의 활용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와이에 대한 그 열정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애정과 꼼꼼함이 바로 느껴지는 글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저자의 가이드북도 꼭 읽어보고 싶다. 이러다 곧 하와이에 가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건 아닌지ㅋ


사실 여행을 하면 일상이 아닌 새로움을 접할 수 있어 설레고 기분 전환도 되고 좋지만 상당히 체력이 소모된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여행이 예전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저자의 체력과 열정, 그리고 여행 작가라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무척 부러웠다. 혼자 훌쩍 어딘가 떠나서 글을 쓸 수 있는 그 여건이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꿈만 같다. 그래서 그녀의 직업과 삶은 부러움 그 자체다. 심지어 남편분마저도 너무 멋진 분이다!


이전처럼 훨훨 다니며 누군가의 여행에 도움이 되는 그런 글을 다시 쓰고 싶다. 출장 가서 매일 해야 할 일이 넘치더라도 활기가 솟는, 없던 힘도 생기는 그런 내가 보고 싶고, 그런  내 일을 다시 하고 싶다. 당장은 할 수 없으니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 뭐 라도 하나 더 써보려 한다. 며칠 전 다녀온 숙소 이야기도 기필코 쓴다. 이렇게라도 써야 살아 있는 것만 같다.
<글쓰기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_박성혜> p.133


여행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팬데믹으로 제일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집에 있는 나도 한참 코로나가 심할 때 아이와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쓰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정말 살기 위해 쓴다는 것을 실감했다. 2023년 드디어 안 올 것만 같았던 일상을 우리는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 박성혜 작가가 또다시 훨훨 날아 여행 글을 써서 글로서 자유를 만끽하게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글을 쓰고 나누다 보면 좋은 일은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슬픈 일은 마음의 무게를 줄인다. 모든 순간은 글쓰기가 되고 글은 모든 순간을 끌어안아 오래도록 빛나고 선명하게 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글쓰기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_박성혜> p.138


나는 출간을 해 본 작가는 아니지만 한참 플랫폼에 재미있게 글을 쓰다가 요즘은 갑자기 글쓰기가 부끄러워지고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점점 게을러져 가는 내 모습을 본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나는 어차피 쓰기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힘을 내어 본다. 힘을 내어 쓰다 보면 그 글이 나한테 다시 빛이 되고 길이 되어 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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