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Nov 07. 2023

뭐 하나 진득하게 못하는 성격

'구독자'는 꾸준함의 힘

음식도 그렇고 취미생활도 뭐든지 금방 질리는 편이라 하나를 진득하게 못하는 성격이다. 요즘은 나도 성인 adhd인가 스스로를 의심한다. 오늘 아이가 감기라 학교를 결석하고 병원에 갔다가 집에서 뒹구는데 코로나 때 집콕했던 기억이나 미술놀이를 하자고 했다. 미술도구 욕심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아크릴, 수채물감, 파스텔, 오일파스텔에 각 종 붓까지. 미술학원 해도 될 정도로 막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아이랑 오랜만에 꽃 그리며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역시나 내가 하려고 산 도구들은 고스란히 아이의 것이 되어버렸다. 사놓고 한번 해보고 접어버린 취미이다.


그나마 지난 4~5년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 읽기와 쓰기이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면 결국 뭔가가 될 것이라는 말은 항상 작심 3일인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방송에서 이제는 한 가지만 파고드는 시대는 지났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 좀 한다.'라는 실력까지 가려면 꾸준함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특히 읽기와 쓰기는 꾸준함을 빼면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는 영역이다. 그걸 내가 하겠다고 덤벼들었고 덤벼든 이유는 아마도 가성비가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취미는 은근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그 책 읽기와 글쓰기가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확실하게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좀 더 읽으면, 좀 더 쓰면 인생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어느 순간 고만둘 수 없게 되었다. 플랫폼 글쓰기이기 때문에 글쓰기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좋아요'나 '라이킷'에 중독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구독자에 중독되었거나.




어젯밤 아들과 자기 전에 '구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속으로 많이 웃었다. 그래비트랙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아이는 자기 생일에 촛불을 꽂은 케이크를 중간에 두고 트랙을 만들어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구독자도 늘 거라며. 재미로 한 번씩 올리는 거라 구독자 신경 안 쓸 줄 알았던 아들이 그런 소리를 하니 어른이나 아이나 구독자를 갈망하는 것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구독자 늘리는 것이 목표구나. 이건 콘텐츠의 시대에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며 인정받고 인기를 얻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 아닐까. 꼭 나쁘게 생각할 것이 아닌 게 나도 그 덕분에 계속 쓰게 되었고 아이도 매번 창의적인 방법으로 트랙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독자는 변덕스럽고 싫증을 내는 나의 성격에도 한 가지에 매달리게 만든다. 또 슬슬 그림 그리기 취미로 바꿔볼까 몸이 근질근질 하긴 하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40대, 자존감이 떨어질 때 화장품을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