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Apr 07. 2023

전업주부의 늪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기

전업주부로 살면 어떤 이에게는 맘충이라는 소리도 듣고 경력단절이라는 고충도 따르고 어느 날 갑자기 취미 생활을 하려고 해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일어난다.

남들이 보기에는 일을 안 하니 팔자 좋은 아줌마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가족 뒷바라지를 하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도 모르는 주부가 되어버린다. 심지어는 자식들이 엄마의 취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혼자의 힘으로 취미조차 찾지 못하는 전업주부. 전업주부이기 전 학력이나 경력이 얼마나 화려한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한번 무기력해지기 시작하면 주위의 도움이 없다면 우울증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주위에서는 운동, 그림 그리기, 뜨개 교실 등을 추천하다. 그런데 그마저도 수강료가 관건이다. 조금이라도 낭비라고 생각하면 리스트에서 지워버린다. 가끔은 맨날 하는 요리로 요리 고수가 되어 전문가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홀로 하는 반복적 가사활동은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가성비가 가장 좋은 취미 생활은 독서와 글쓰기인데 참 고독한 취미이다. 함께해도 결국은 혼자 해나가게 된다.

나의 경우는 배워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시간이 잘 허락되지 않은 초등 1학년 아이의 엄마이기에 결국 가성비가 가장 좋은 독서와 글쓰기를 종종 하고 있고 그로 인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냥 무작정 내 주변을 그리고 나 자신을 관찰한다. 아이, 아이 친구, 아이 친구 엄마들, 남편, 집 주변 마트들, 상가 주변, 반찬 가게, 요가학원, 헬스장, 놀이터, 도서관, 서점 등을 관찰한다. 그리고 때로는 사진으로 남기고 그리고 간단하게 기록도 한다. 관찰과 기록을 안 하면 늪에 빠져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발버둥 치는 마음으로 그렇게 기록을 한다. 

아이와 붙어 있는 전업주부인 나는 결국 오늘도 아이들을 관찰했고 신비한 능력을 또 발견했다. 오늘은 아이가 친구들과 새로 생긴 놀이터에서 하교 후 놀았다. 새로 생긴 데다가 바닥이 푹신하기까지 하여 영유아부터 초등 아이까지 너무 많은 아이들로 놀이터가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정신없는 가운데 한 아이가 "무지개!!!"라고 외친다. 옹기종기 앉아만 있는 어른들은 보지 않은 하늘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아이들이 먼저 본 것이다. 그 소리와 동시에 올려다본 무지개만큼 나는 그 무지개를 발견한 아이가 신비하고 대단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