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사랑 다시금 불타오르다.
"어떻게 사람이 그래?!"
내가 3일 내내 같은 피자집에서 저녁을 먹었다는 말에 CD님이 깜짝 놀라면서 소리쳤어.
근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거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마 전생에 난 이탈리아 사람이었을걸? 최소한 지중해 어딘가 외딴섬에서 태어났을 거야.
너랑 처음 만났던 기억, 아직도 생생해.
유치원 학예회 끝나고, 작은 고모가 나랑 누나를 피자헛에 데려갔거든.
그땐 피자헛이 꽤 고급 레스토랑이었어. 차분한 조명 아래 직원들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서빙을 해줬지.
매장에 발을 디딜 때 맡았던 너의 향이 아직도 코 끝에 선명해.
갓 구운 도우의 밀가루 내음, 토마토소스의 새콤한 향,
그리고 녹아내리는 치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그 복합적인 향기 말이야.
지금도 어느 피자 가게를 지나다 그와 비슷한 향을 맡으면,
작은 고모 손을 꼭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피자헛에 들어서던 그 겨울날이 눈앞에 아른거리곤 해.
그 뒤로도 우린 친구 생일 파티에서, 교회 간식 타임에서, 가끔 엄마의 깜짝 이벤트로 만났지.
자취를 시작하고 나선, 너는 내 일상이었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널 만났어.
알볼로에서 만났던 날, 노오란 옥수수가 참 잘 어울렸잖아.
톡톡 터지는 매력과 달달한 말에 정신을 못 차렸었지.
가끔은 무리해서라도 치즈나 고구마 같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러고 나면 꼭 자책했어.
'내가 너무 과했나?' '이번엔 좀 참아야지.'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다시 네가 아른거렸고,
핸드폰을 켰다 껐다 하다 보면 어느새 초인종 소리와 함께 네가 내 앞에 서 있었어.
근데 말이야, 세월이 지나면서 나도 변하더라.
어느 순간부터 너를 만나고 나면 몸이 무겁고, 마음도 점점 부담스러워졌어.
네가 주는 사랑을 온전히 소화할 수가 없었거든. 예전만큼 널 찾지 않게 됐고, 생각이 나도 그 뒤에 올 후폭풍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어. 그 뒤론 새로운 이성들을 만나기 시작했어. 핫한 마라걸, 프레쉬한 미스 포케.
너 없이도 살만했어. 아니, 오히려 더 홀가분했어.
'특별하다고 믿었던 우리 사이도 결국 남들과 다를 거 없는 엔딩이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
하지만 화덕에서 너를 다시 만난 순간, 알았어. 널 잊은 줄 알았던 내가 틀렸다는 걸.
꾸밈없이 가벼워지고, 부담 없이 담백해진 너를 보고 난 다시 사랑에 빠졌어.
그래서 너와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
도심 속 화덕에서 피어난 다양한 너를 만나러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