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있게 초밥을 즐겨보세요
오타루 운하에서 낭만이 넘실거리는 선셋을 본다.
운하는 옅은 하늘색에서 금세 주황빛 그라데이션이 번지다가,
이내 순식간에 짙고 어두운 파란색으로 모습을 바꾼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관광객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고요함이 찾아온다.
다시 삿포로역으로 돌아온다.
저녁을 먹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쓰러질 만큼 배가 고픈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하지만 시간은 어느덧 저녁 8시.
그러면 가야할 곳은 명확하다.
바로 삿포로역 옆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그곳에서 초밥을 사 먹어야겠다.
한국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마트 초밥.
일본 마트 초밥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가격은 착한데, 밥 위에 올라가는 네타(회)는 그야말로 고급이다.
하얀 기름이 층층이 낀 참치 뱃살은 기본, 바다 향 가득 톡톡 터지는 연어알,
통통하게 살밥이 오른 길다란 장어까지.
한국과 가격은 얼추 비슷한데, 네타는 두 세배 퀄리티다.
이런 사치는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하지 않겠나.
물론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유명하다는 스시집이나 회전초밥집을 안 가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면이 바다인 일본 초밥은 어딜 가든 기본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서,
토종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모두 만점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성비가 쏟아져 내리는 마트 초밥이야말로 내겐 최고의 선택지다.
게다가 마감 시간인 저녁 8시 즈음 방문하면,
하얀 모자를 쓴 직원분이 초밥 팩 위로 '20~30% 할인'이 적힌 영롱한 동그라미 스티커를 아낌없이 붙여주신다. 그때부터는 망설이면 안 된다.
할인 스티커가 등장하는 타이밍을 꿰고 있는 현지인들이 주변에 득실거릴테니까.
따지고 잴 것 없다. 내 눈에 들어오는 녀석을 잽싸게 입양해야만 한다.
무사히 초밥을 쟁취했다면, 이제 그 옆을 든든하게 지켜줄 단짝 친구를 찬찬히 찾아 나선다.
얇은 소고기가 짭조름하게 올라간 규동부터 두툼한 돈가스, 달콤짭잘한 고등어 간장 조림까지
선택지가 너무 많아 문제다.
그렇게 초밥과 사이드 메뉴까지 알차게 챙겨 숙소로 돌아온다.
카페테리아에서 조용히 플라스틱 팩 뚜껑을 열고 만찬을 즐긴다.
고독해보이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눈을 감고 천천히 밥과 녹아내리는 참치 뱃살을 음미한다.
'아, 삿포로에 오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