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만난 인생 베이커리
나에겐 꼭 가보고 싶은 일본 가게의 모습이 있다. 꽤 구체적이다.
일단 작아야한다. 그리고 사장님은 노부부다. 내부 인테리어는 앤틱한 우드톤.
나무 문 위에는 작은 풍경이 달려 있어서, 문을 열면 딸랑- 하는 소리가 가게 안을 채운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정겨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할머니.
노부부의 세월이 그대로 묻어 있어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바닥.
그리고 안방마냥 익숙하게 들어오는 오래된 단골 손님들.
왜 이렇게 구체적인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도 소소한 일본 영화 여기저기서 주워 담은 이미지들의 콜라주일 것이다.
그런데 운명처럼, 삿포로에서 그 가게를 만났다.
마치 영화 주인공 소년 앞에 나타난, 영화 주인공 소년에게만 보이는 비밀스러운 상점처럼
내 앞에 작은 베이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쩜 이리도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그곳과 닮아있는지.
신기함 반, 반가움 반으로 사진을 찍고 눈으로 그 모습을 진하게 훑어본다.
점심을 먹고 디저트까지 이미 한 번 챙겨 넣은 상태였지만,
어찌 이런 운명적인 가게에서 커피 한 잔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날까.
그래서 딸기 케이크도 시킨다. 거기에 애플 파이도 하나 더 시킨다.
안다. 이건 무리다. 하지만 후회를 남기는 것보단 낫겠지.
딸기케이크는 부드럽고, 애플파이에서 나는 시나몬 향은 향긋하다.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 이미 이 공간에 너무 깊숙이 빠져버린 탓이다.
각 테이블의 성격도 참 매력적이다. 앞에는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크한 모녀,
옆에는 직장 동료인지 소개팅인지 아리송한 긴장감이 흐르는 남녀,
대각선에는 까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어대는 여고생 무리.
그리고 이 완벽한 가게가 신기해 두리번거리며 커피를 홀짝이는 30대 초반의 한국인 남자 하나.
블랙 '코히'를 후루룹- 들이키며 가게 소품을 눈에 담았다가,
할머님이 쉴라 치면 들어오는 단골 손님들 모습도 구경한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는 왠지 모르게 애틋하다.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일테다.
처음 온 손님이 품어도 되는 걱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가게가 부디 조금은 더 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냥. 할머니가 조금 더 건강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