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도심속 공원과 내 존재
얼마 전 여의도 공원을 가게 되었다. 굉장히 고된 하루였고 많이 지쳐있는 하루였었다. 나는 느리게 걷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분주히 자신의 목적지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내가 서있는 이곳은 나무가 울창한 숲인데 바로 저 건너에는 빠르게 걷는 사람들,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이 내 눈에 스쳐 지나갔다. 내가 보는 시야에 들어오는 빠름이 왠지 나도 빠르게 걸어야만 할 것 같았고, 내 존재보다는 타인의 존재와 리듬에 맞춰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었다.
도심 속 공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시야 밖의 빠름과 숲 안의 고요함을 느끼며 생각했던 질문이다. 아마도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누구에게는 운동의 공간을, 누구에게는 쉼터를, 누구에게는 데이트 코스를, 누구에게는 사색의 공간 등으로 말이다. 나는 도심 속 공원의 역할이 내가 존재함을 느끼자 정도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호흡을 맞추고 살아간다. 내가 타인의 호흡에 맞추기도 하고 타인이 내 호흡에 맞춰 따라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빠르기도 했다가 느리기도 했다가 속도를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제어가 안되기도 한다. 특히 타인의 양식을 따라가기 바빠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수십 년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 안에 있는 내면의 힘은 잃어버린 지 오래고, 외관을 가꾼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내 자존감은 이미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낮아져 있다. 이런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그리고 힘들게 살고 있다. 도심 속 공원에서 뚜벅뚜벅 타인과 다른 속도로 그리고 멍하게 걸어보자. 그리고 그날의 나의 템포와 호흡대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보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나만의 고유한 주체성을 찾자,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자, 나를 이해해보자. 필자의 글과 함께 이런 어려운 글들을 읽으며 부단히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 삶이 너무 빠르다 생각하면 조금 쉬었다 가고, 너무 느리다 생각하면 낯선 감각들로 나를 깨우면 된다. 도심 속 공원의 역할은 우리에게 나로 존재할 시간을 주려는 것 같다. 저 시선 밖으로는 빠르지만 지금 나는 느리게 그러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간편함도 주니 말이다.
혜민스님의 책에서 "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있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제목이 인상 깊어 외우고 있다. 제목에서도 이야기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삶이 조금은 힘들다면 잠깐만 멈춰보아라. 그러면 도심 속 공원에서 내가 봤던 시야처럼 여러분도 여러분의 시야에 들어오는 자기 존재를 의식할 수 있다.
다리가 아픈 나를 발견하거나, 한숨을 쉬는 나를 발견하거나, 숲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그 무엇의 나도 상관없다. 우리 주체적으로 살기 이전에 우선 내 마음의 짐을 조금 벗어던져볼까?
비워야 채울 수 있는 세상의 이치처럼 내 마음의 짐이 있다면 그 짐을 더는 일부터 해야 된다. 내가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것을 찾아야 한다. 내 존재가 지워질 만큼 삶이 벅차다면 낯선 감각으로 자신을 깨워야 한다.
자존감의 높고 낮음을 따지기 이전에 여러분이 존재하는 삶은 비워야 합니까 채워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