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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준 Feb 01. 2019

누군가 홍시감처럼 내 자존감을 먹어버렸다.-제17화-

-제17화- 글쓰기와 자존감

우리는 다양한 공간에서 종이와 컴퓨터에 글을 쓴다. 혹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글을 쓰기도 한다. 필자 또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면 거리를 지나다가도 또 책을 읽다가도 브런치 앱을 켜서 몇 자 적고 저장하는 식으로 차근히 글을 완성해 가기도 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글을 쓰고 계십니까? 다이어리의 스케줄 정리?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 우리는 쉽게 글이라는 것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기도 그리고 무언가를 정리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면 자기 성찰을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요즘 들어서 필자가 제일 많이 하고 있는 작업은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일기 형식의 글부터 강의 준비를 위한 글쓰기까지 다양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다. 글쓰기와 자존감은 어떤 연관이 있고, 또 어떤 효과가 있을까?

오늘은 그 부분을 알아보고 글쓰기의 효과와 자존감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글쓰기에 관한 카테고리는 브런치 홈에도 많고 서점에 가도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 많다. 그만큼 글쓰기가 여러 방면에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빨간색 칸칸이 된 원고지에 띄어쓰기와 형식에 맞춰 독후감을 제출하며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도 한다. 또 학교 백일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맘껏 뽐내기도 한다. 또 그림일기를 쓰기도 습관화된 자기만의 비밀일기를 쓰기도 한다.



필자는 글쓰기가 말로써 날아가버리는 언어보다도 훨씬 중요한 자기 성찰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지점 중에 가장 큰 부분이 이것이다. 강의로 하는 많은 말들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기도 하지만 그 언어들 중에서 많은 부분들은 바람처럼 날아가버린다. 하지만 글로 쓴 것들은 언제고 남아서 사람에게 필요할 때마다 성찰을 주기도 하고 마음에 새겨지기도 한다.



나는 이것을 "수행성"이라 부른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어릴 때 본 어린 왕자와 현재 읽은 어린 왕자는 그 느낌과 글이 다르다. 하지만 실제로 어린 왕자는 변하지 않았다. 글도 다르게 쓰이지 않았다. 변화한 것은 나이며,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성장하고, 변화를 거치는 과정 속에서 계속 수행하고 성장하며, 어린 왕자라는 글이 함께 동반자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이 수행성에 관한 부분은 나중에 인문학을 곁들여 주체성의 개념과 함께 다시 다뤄보도록 하겠다.




그래서 글로 남기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필자가 집단상담을 꾸리거나 자존감에 관한 강의를 나가게 되면 꼭 자기와 관련된 시를 쓰게 하거나 자기 성찰적 글쓰기를 시킨다.

글을 쓰면서 자기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완성된 글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형식에 얽매이거나 구조를 가지고 쓰지 말라고 권한다. 형식이 생기고 "시는 이래야 하며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가 생겨버리면, 필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성취의 경험이 사라져 버리며, 그것이 사라지면  글쓰기가 과업이 될 것이다. 당연히 완성도가 낮다고 생각할 것이고 자존감은 낮아질 것이다.





 나는 글쓰기 중에서도 일기를 추천한다. 다이어리에 몇 자 적어보는 식으로 자기가 오늘 했었던 일들을 차근히 생각해보고 나열하는 것이다. 아주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매번 이야기하는 이유와 같다.




바로 "자기 이해'이다. 자존감은 자기 이해와 떨어질 수 없다. 타인의 칭찬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의 향상은 자기 이해가 될 때 가능하다.



그 자기 이해의 많은 방법 중에서 특히 효과가 좋은 것은 성취와 글쓰기이다.  글쓰기 중에서도 자기가 하루를 되돌아보는 일기는 더 좋다. 오늘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을 가볍게 적어본다. 그렇게 되면 내가 생각으로, 언어로 날아가 버릴 일들이 글로 표현되어 내가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내가 답답하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 카페에서 실컷 수다를 떨어본 적 있는가? 그것만으로도 해소되는 지점이 많았을 것이다. 그것을 똑같이 자기 일기장에다 풀어보면 자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어떤 완성도 높은 글을 썼을 때의 뿌듯함을 느끼고 그것을 보는 것, 그리고 피드백을 받는 것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요소는 완성도와 필력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이해를 글쓰기로써 가능할 때 우리는 자존감을 높이는 그 시작점에 설 수 있다.





불교에서도 음력 7월 15일이 되면 백중(百中)이라는 전통 명절에 행사를 진행한다. 조상님에 대해 좋은 곳으로 가라는 천도재를 지내주는 것이다. 그것을 하기 전에 아주 정성스레 준비를 하고 한지에 붓펜으로 써보는 것이 있다."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 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바로 광명진언이다. 종교적 관점을 벗어나서 진언을 108번 써보면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이게 무슨 효과가 있어"라는 생각이 같이 든다.




그런데 중요한 지점은 그렇게 쓰는 것에 몰입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것을 왜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해해보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답을 얻고 싶은 것도 아니다. 글이라는 것은 그렇다. 단순히 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는 것도 좋고, 자신의 이야기를 차근히 적는 것도 좋다. 쓰는 행위 몰입하는 행위만으로도 자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글을 쓰고 있는 그 행동 자체를 명상과 똑같다고 이야기한다. 머리는 맑아지고 자기와의 대화를 하는 시간이며, 비워내는 시간일 것이다. 누군가 홍시감처럼 내 자존감을 먹어버렸다. 그래서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고, 무기력하고 힘이 빠진다면 펜 하나 종이 하나에 아무 말이나 써보자. 그렇게 그냥 써보자. 그러면서 쓰는 것에 몰입하자. 그리고 반복해서 계속 써보자. 글이 안돼도 상관없다. 자기가 자기 손으로 힘을 줘서 감각하면 된다. 이 단순한 행위가 바로 자존감을 높일 순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그것이라도 해냈다. 그렇게 자기 이해의 첫걸음을 가는 것이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기 긍정에 도달할 것이다. 지금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펜은 잡았고 종이를 꺼냈고 무언가 힘주어서 썼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글쓰기 싫으면 낙서라도!!!!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펜을 잡고, 나 스스로 종이를 꺼냈고, 내 손으로 무엇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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