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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준 Apr 17. 2020

비 올 때 죽고 싶어요

일조량이 낮으면 사람이 우울해진다. 이것은 생물학적 기제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를 날씨가 건드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튜브에 백색소음, 혹은 잠 잘 오는 소리를 검색하면 비 오는 소리, 장작 타는 소리, 냇물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서 만들어진 소음이 우리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서, 그리고 우울감이 극에 달하는 내 내담자들 중에서는 비 오는 날과 아주 고요한 캄캄한, 정적이 흐르는 새벽에 우울감이 극에 달한다고 말한다. 잠이 오지 않은 새벽 특히 정적이 흐르는데 비가 오는 날 새벽은 나에겐 시간을 멈춘 채 고여있는 썩은 물 같은 감정이 흐른다.

우울한 감정과 저하된 기분이 계속되면 빗소리뿐 아니라 모든 소리가 소음이 된다. 내가 명상강의를 나가면 빗소리를 들려주거나 잔잔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교육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우울감에 사로잡히면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방해 요소가 된다.


사람들 중에서 햇빛을 쫴야 좋다고 느끼는 사람, 비 오는 날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시끄러운 카페에 있어도 자신에게 혹은 공부에 집중이 잘된다는 사람들

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일반적인 요소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2020년 4월 17일 오후 1시 16분 지금 창 밖에 정말 많은 비가 내린다. 비 오는 소리, 빗물에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는 나를 더욱더 시끄럽고 불편하게 한다. 도대체 뭐가 불편한지 모르지만 그냥 날카로워진 신경이 주변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이 봄비에 나무에 달린 아름다운 목련이 떨어져야 여름을 알리는 파릇파릇한 풀잎이 돋아난다. 언뜻 보면 아름다운 꽃이 비에 떨어지는 게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나에게 푹푹 찌는 여름에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파릇한 풀잎이 없으면 그 또한 내 감정에 불편함을 심어 놓을 것이다. 그냥 어느 시선 하나, 어느 소리 하나에 지나칠 줄 모르고 계속 불편하다. 지속된 기분저하는 나를 프로 불편러로 만든다. 그런데 봄비가 와서 꽃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래서 풀잎이 돋아나는 것처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오늘의 빗소리가 꽃잎 떨어지듯 당신에게서 떨어지길 바라본다. 그래서 파릇한 풀잎이 자라듯 당신의 마음에 건강한 편안함이 자리 잡길 바라본다. 그래서 모든 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좋은 소리라고 느끼는 여유도 가지길 바라본다. 푹푹 찌는 여름 시원한 그늘이 되어줄 풍성한 나무가 되듯 당신에게 파릇한 마음의 풀잎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 그늘이 되어줄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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