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옆에 두고 싶은 마음
내 책상에는 늘 여러 인형과 만화책, 피규어, 키링, 음악앨범 등의 잡화가 올라와 있다. 너무 많은 물건이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마음속 한 구석에는 늘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이 물건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가장 처음에 모으기 시작했던 건 책이었다. 책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 가서 빌리기보단 직접 사서 읽곤 했다. 처음에는 책을 고르는 기준도 없어서 마구잡이로 끌리는 제목에만 의지하여 책을 구매했다. 이후 책을 정리할 때 이야기가 재미없어도 표지가 마음에 들면 가장 잘 보이는 칸에 꽂아두기도 했다. 내가 책의 만듦새나 표지 등의 미적인 부분을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계기 같다. 게다가 인터넷 서점에는 책뿐만 아니라 문학 굿즈도 다양하게 있다. 그것들이 내 수집의 첫 번째 대상이 되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나는 이것저것 모으는 데에 취미를 들였다. 책꽂이에 가장 많이 섞여 있는 건 음악 앨범이다. 음악을 들을 때 스트리밍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앨범 커버와 음원을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 자주 듣는 음악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둔다. 자주 듣다가도 질리는 때가 온다. 자연스럽게 잊고 살게 된다. 문득 생각나서 듣고 싶은데도 제목을 모르면 답답해진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 완벽한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집착도 있었다. 즐겼던 음악을 자꾸만 잊게 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 이유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얼마든지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도 퍼포먼스 앨범을 사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잊지 않고, 언제나 곁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구매한 것은 영화 DVD다. 음악은 음원 사이트나 유튜브로도 거의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는 어떤가. 주로 넷플릭스나 왓챠 등의 국내 OTT를 이용하는데, 거기서도 판권 계약 기간이 있고 평생 소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소장한다고 해도 회원 탈퇴나 사이트가 없어지는 등 여러 여건이 맞지 않으면 내가 보고 싶을 때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것이 영화 DVD였다. 하나 웃긴 점은 나는 CD플레이어도 DVD 재생 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매번 사야지 하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당장은 CD를 넣어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물리적으로 닿는 거리에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은 작지만 제법 큰 즐거움과 안정감을 준다.
한 번은 정말 미니멀을 추구해 보자고 결심하여 다 정리하고 공간 자체도 최소로 줄여본 적이 있다. 며칠은 새로운 기분에 만족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책을 펴거나 다이어리를 꺼내는 것도, 스티커를 꺼내는 것도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손에 닿는 위치에 없으니 물건들 자체도 쓸모를 잃었다. 동시에 하루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투자하는 시간도 줄었다. 미니멀을 추구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 두고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인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두는 것은 일정 부분 성공했으나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 역시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첫머리에 말했던 것처럼 때때로 복잡한 책상에 나조차도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어떻게 처분하지’라는 생각 하곤 한다. 그러나 이 생각도 오래가지 못한다. 북적북적한 그 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날이 조금 더 많다. 아직 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것들임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복잡하지만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해 갈 듯하다. 내 손에 닿는 기쁨들도 군데군데 남겨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p.s 바쁜 삶 속에서도 모두 작은 기쁨과 취미를 잃지 않기를!
+ 읽다가 제 책상이 더 궁금해지셨다면, 블로그에도 한 번 놀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