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를 본 후 일본 드라마에 대한 간단한 고찰
처음에 이 드라마를 알게 된 건 과외 선생님의 블로그, 카톡 프로필 사진 덕분이었다. 쿠로사와의 긍정 미소. 그런데 그게 그분 이미지랑 잘 어울려서 본인 사진인 줄 알았다. 나중에 드라마 주인공 사진이라는 걸 알았을 땐 조금 당황했지만 바로 드라마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의 내용은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랑 비슷하게 출판사 관련 이야기인데 <중쇄를 찍자!>는 만화, 주간 연재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 흥미로웠다. 출판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소설이나 시, 인문학 등의 출판 과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만화는 잘 몰랐기 때문에 특히 더 새로운 내용처럼 다가왔다. 일본 주간 잡지에서 매주 연재한다는 개념과 단행본으로 나오는 과정, 데뷔하는 과정 이런 것들이 나와서 좋았다.
주인공이 아주 밝다. 초긍정걸. 부상으로 유도를 그만두고 만화 편집자를 하게 된 코코로. 넘어져도 금방 이겨내고, 어떤 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다시! 한편으론 이런 과하게 밝기만 해 보이는 주인공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비현실적인 캐릭터, 필요하지 않나? 게다가 잘 지켜보면 이 사람은 마냥 밝기만 한 게 아니다. 잘 울고 같이 슬퍼하고 고민하며 때론 가라앉기도 한다. 다만 그런 감정에 침몰하지 않고 다시 부유하며 헤엄치는 힘이 조금 더 강할 뿐이다.
주변 인물 중에는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몇몇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갈등이나 서사도 그렇게 깊게 들어가진 않는다. 특히 초반에 코이즈미 준이 스스로 영업 사원이길 만족하는 것은 조금 단순할 정도로, 간단히 해결되기도 한다. 그 인물이 같은 부서가 아닌 조력자 정도로 나오는 탓이기도 하고 총부작이 10부작인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일본 드라마 특유의 1회분 내에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스토리 전개를 생각하면 그 정도에서 끝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드라마 중간에 사장님의 이야기와 과거 서사가 너무 장대하게 펼쳐졌다는 것이다.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는 점을 꼭 사장님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줘야 했을까? 그 뜻을 나름대로 이어받아 운을 모으는 이오키베의 서사로 보여주었어도 충분히 더 좋은 전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첫 화부터 청소부인 척하는 사장님의 비중을 감안하여 이야기를 풀고 싶었던 건 이해한다. 하지만 난 일반 사원, 그리고 주간지 팀의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물론 등장인물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때로는 어떤 문제를 몇 회에 걸쳐 깊이 있게 보여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일이 끝에 가선 쉽게 해결되는 감이 있다. 뭔가 부족한 것들의 향연이지만 5화 이후론 이미 반이나 봐버렸기 때문에, 드라마에 정들기 시작한 시점이어서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자극적인 게 가장 빨리 주목받고 콘텐츠로 쏟아지는 요즈음 세상에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때론 너무 교훈적이어서 거부감 드는 일본 드라마지만, 절망보다도 그걸 이겨내는 삶의 희망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여전히 나는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