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번역가, 나를 되찾는 여정 8

고양이식 프러포즈

by 강아지 번역가

고양이는 늘 자랑스레 프러포즈 순간을 떠벌리고 다녔다. 그럴 때면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세상에 닭갈비 집에서 프러포즈하는 인간은 너밖에 없을 거라고 쏘아붙이고 싶었다.


고양이는 늘 이렇게 입을 땐다. 나 닭갈비 집에서 프러포즈했잖아, 근데 얘가 우는 거야.


입을 틀어막아 버릴까. 마치 개선장군마냥 우쭐대는 저 입을 꼬매버리는 게 좋겠어.

고양이가 프러포즈하던 날.

그날은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아니, 추적추적은 너무 얌전한 표현이다. 비가 좍좍 쏟아지던 날이었다.


고양이는 혼자서 혼인신고를 하러 구청으로 내달렸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 보금자리를 계약하려면 혼인신고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추진력과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탑재한 고양이는 서둘러 임무를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을 것이다.


옷이 쫄딱 젖어 구청에 들어서자, 구청 직원이 휴지를 건네주더란다. 비에 젖은 가엾은 고양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고양이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는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러고는 빗속을 뚫고 닭갈비 집으로 내뛰었다. 강아지가 기다리는 곳으로.


그 빗속에서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닭갈비 집 문을 열자, 강아지가 보였다. 고양이 눈동자에 비친 소심한 강아지.


고양이는 위업을 달성했다는 듯이 기세등등하게 강아지 앞에 혼인신고서를 들이밀었다.


강아지 눈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강아지는 자기가 왜 우는지 영문을 몰랐다. 남들은 호텔에서 양초 켜놓고 영상 편지 틀면서 꽃다발 들고 무릎 꿇고 반지 끼워주며 프러포즈한다는데. 이건 뭐지, 닭갈비 집에서 혼인신고서를 들이미는데 눈물이 나다니. 참으로 이상했다.


고양이는 늘 그랬다. 무심한데 분명 무심한데, 눈물이 나게 하는 그런 사람.


강아지 눈에는 눈물방울이 맺혔지만, 머릿속에는 고양이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순간 고양이도 몰래 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