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님의 추천으로 스타워즈에 대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제국의 습격의 명장면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는데 반란군 한솔로는 제국군 병사에게 잡히고 냉동장치에 들어가게 되된다. 장치에 들어가기 전 함께 잡힌 레아공주는 한솔로에게 “사랑해”라고 말을 하고, 한솔로는 “알고 있어”라고 대답하고 냉동동면에 들어간다.
스타워즈의 명대사로도 뽑힌 한솔로의 대답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 봤다. 마트에 물건 사러 갈 때 아내가 여러 번 뭐 사 오라고 하면 한솔로처럼 대답하기도 한다. ”알고 있어 “라는 말이 적절한가? 물론, 영화적 상황이고 냉동동면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선택한 대화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게 했다.
일단 상황과 대상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어떻게 있을까? 병원에서 산소 호흡기를 차고 병원에 누워 있을까? 아니면 의식을 잃은 채 귓가에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있을까? 갑작스럽게 사고가 나거나 어느 날밤 심장마비로 죽는 상황은 제외시키자.
상대방은 누구로 할까? 세상에서 나를 빼고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함께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 아이들도 사랑하긴 하지만 역시 아내뿐이다. 우리가 늙어서 이별하게 된다면 아내도 백발이 되어 있을 것이다. 피부도 쭈굴쭈굴 할 거고. 같이 병원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죽는 순간으로 하면 안 될 것 같다. 배우자를 잃는 상실감을 아내가 경험하게 하기에는 가혹한 것 같다. 나이도 내가 더 많긴 하지만 아내가 죽는 것으로 해야겠다.
의식이 멀어져 가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사실 살면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불행했던 순간도 많을 거다. 지금도 매일매일 행복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 후회되기도 하고, ”애들만 아니었으면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들도 있다. 그래도 마음 터놓고 나란 사람을 그나마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아내뿐이다.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
“사랑해”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참 행복했어” 어떤 말이 좋을까?
“나도 금방 갈게 곧 만나”죽음 이후의 세상을 믿는 우리에게 좋은 말인 것도 같다.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수다쟁이인 나에게 한마디로 끝내는 건 너무너무 아쉽다. 블랙미러 어떤 에피소드에 나온 것처럼 머리에 무언가를 꽂아서 메타버스 세상으로 갔으면 좋겠고, 공각기동대에 나온 것처럼 빨리 전뇌화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삶의 미련이란 관계에 대한 미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망과 저주의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상처 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결국, 지금의 속상함 아쉬움은 중요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보다는 좋은 것들만 보려고 노력하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감정만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 앞에 지나가는 인생의 주마등이 후회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칼 세이건의 딸 샤샤 세이건의 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의 앞부분에 유한한 삶의 소중함에 대한 글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