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떨림으로 눈치 챌 수 있는 이유
최근 굿보이라는 드라마를 보시던 분들, 혹시 그 장면 기억나시나요?
동주의 시선이 흐려지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쓰러진 거죠.
그리고 무서울 게 없었던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파킨슨병을 알리는
동주의 내레이션까지!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며칠 전,
진료실에서 마주했던
한 환자분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거든요.
안녕하세요. 매일 늦은 시간까지
신경과 질환 공부를 하며,
저를 믿고 찾아 주시는 환자분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은
콕통증의학과 뇌신경센터 조성호입니다.
오늘은 제가 최근 진료실에서 경험했던
실제 사례를 통해, 파킨슨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
사실 이런 개인적인 진료 경험을 공유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지만...
혹시 비슷한 증상으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늦은 시간까지 블로그 글을 쓰게 되네요. ^^
백신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던 손떨림
지난달 초, 60대 중반의 한 환자분이 저희 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첫 진료 때 그분의 표정은... 정말 지쳐 보였어요.
허리 수술을 받은 지 1년이 넘었는데도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계속되어서 힘드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보다 더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바로 양손 떨림과 걸음걸이 이상이었죠.
환자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백신 맞고 나서부터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백신 부작용이겠거니 했는데...
점점 심해지셨다고 해요.
사실 저도 처음엔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분을 진찰해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환자분께 손을 편안히 무릎 위에 올려보시라고 했을 때,
양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어요.
특히 안정 시에 더 뚜렷했죠.
그리고 걸어보시라고 했을 때... 아, 이건 정말 전형적이었습니다.
✅ 보폭이 작아지고
✅ 팔 흔들기가 줄어들고
✅ 몸이 앞으로 구부정해지는 자세
이 모든 게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과 너무나 일치했거든요.
환자분은 타 병원에서 단순히
떨림 억제 약물만 처방받아서 복용하고 계셨는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계셨어요.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분에게 정말 필요한 건 후유증 치료가 아니라
파킨슨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파킨슨병 진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환자분과 가족들에게 미칠 심리적 충격도 크고,
무엇보다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진단을 내릴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1️⃣ 먼저 뇌 MRI와 MRA를 시행해서
뇌경색이나 다른 뇌질환 가능성을 배제했어요
2️⃣ 파킨슨병의 진단 기준에 맞는 증상들을 하나하나 체크했구요
3️⃣ 환자분의 증상 경과와 가족력,
복용 중인 약물들까지 꼼꼼히 검토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솔직히 저도 조금 긴장됐어요 ㅜㅜ
만약 제 판단이 맞다면, 이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이분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진단 후 찾아온 변화들
결국 뇌 MRI에서 다른 뇌질환은 발견되지 않았고,
임상 양상상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께 진단 결과를 말씀드릴 때가...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파킨슨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잖아요.
하지만 다행히 환자분과 가족분들이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시겠다고 하셨어요.
파킨슨병 치료 약물을 시작한 후의 변화는...
정말 극적이었습니다.
✔️ 2주 후: 손떨림이 확실히 줄어들기 시작
✔️ 1개월 후: 걸음걸이가 훨씬 안정적으로 변화
✔️ 2개월 후: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현저히 감소
환자분이 다시 진료실에 오셨을 때의 표정...
처음 오셨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밝아지셨다고 해야 할까요?
희망이 보이셨다고 해야 할까요.
손떨림이 많이 좋아져서 이제 글도 쓸 수 있고,
젓가락질도 훨씬 편해졌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분은 여전히 허리 수술 후 지속되는
통증과 다리 저림 때문에 고생하고 계셨거든요.
다행히 저희 병원에는 통증 원장님이 많이 계셔서,
함께 협진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정밀검사 결과 요추협착증과 허리 골절 후유증이 확인되었고,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이 문제도
점진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협진 시스템이 환자분께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여러 병원을 오가면서 각각 다른 치료를 받는 것보다,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받으실 수 있으니까요.
특히 파킨슨병 환자분들은 이동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의사로서 느낀 점들
이 환자분을 치료하면서 새삼 느낀 게 있어요.
✅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는 것의 중요성
✅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뒤에 숨은 진짜 원인을 찾는 것
✅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있을 때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
만약 이분이 계속 백신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증상이 더 악화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
파킨슨병은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진단이 늦어질수록 환자분의 고통은 커지고,
치료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어요.
파킨슨병, 이런 증상들을 주의하세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경험하고 계신 분이 있을까봐,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들을 정리해드리고 싶어요.
✔️ 안정 시 손떨림 (가만히 있을 때 더 심함)
✔️ 움직임이 느려지고 경직됨
✔️ 보행 장애 (보폭이 작아지고, 팔 흔들기 감소)
✔️ 자세 불안정 (넘어지기 쉬워짐)
✔️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표정이 무표정해짐
물론 이런 증상들이 있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고,
특히 50세 이상에서 이런 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려요.
또, 많은 환자분들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신 후
가장 걱정하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유전성'입니다.
혹시 자녀들에게도 이 병이
전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죠.
하지만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일반적인 파킨슨병의 경우 유전 경향성이 매우 낮은 병으로,
약 5-10% 이내 정도로 봐야 합니다.
간혹 조기 파킨슨병 중에
유전자 이상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도 5% 이내로 봐야 합니다.
즉, 파킨슨병의 90% 이상은
유전과는 관계없이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것이죠.
물론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력이 없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킨슨병은
환경적 요인, 노화, 생활습관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유전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는
올바른 치료와 관리에 집중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라마에서 윤동주가 손떨림과 함께 쓰러지는 장면,
그리고 무하마드 알리의 파킨슨병
투병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도,
아무리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누구나 이런 질병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구나… 하고요.
하지만 동시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다는 것.
무하마드 알리도 파킨슨병 진단 후
수십 년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잖아요.
오늘 이렇게 개인적인 진료 경험을 나누게 된 것은...
혹시 비슷한 증상으로 혼자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이 환자분처럼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살아가실 수 있으니까요.
제가 했던 이야기를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