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MRI> 찍어도 정상이던 이유는?
어제 진료실에서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1년 넘게 옆머리 두통으로 고생하시던
40대 직장인 분이 웃으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생님, 정말 신기해요.
그동안 먹던 두통약이 무색할 정도로 깨끗하게 나았어요.”
사실 이분만이 아닙니다.
매주 비슷한 상황의 환자분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데,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많아요.
안녕하세요. 매일 진료실에서 두통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만나며,
그분들이 겪는 실제 고통과 답답함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제가 직접 경험한 옆머리 두통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머리 옆 두통으로 오랫동안 약물 치료만 받아오신 분들이라면,
오늘 이야기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년간 약만 먹었는데 왜 나아지지 않았을까
앞서 말씀드린 그 환자분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분은 1년 넘게 뒷머리에서 시작해서 옆머리까지 이어지는
두통 때문에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처음에는 동네 신경과에서 일반적인 두통약을 처방받아 드셨는데,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약발이 떨어지고…
결국 MRI까지 찍어보셨대요.
경동맥 초음파도 해보고, 뇌 MRI도 찍어봤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하니
본인으로서는 더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분명히 아픈데 원인을 모르겠다는 거잖아요;;
진료실에서 발견한 진짜 원인
이분이 저희 병원에 오셨을 때,
저는 일단 증상 양상을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 뒷머리에서 시작해서 옆머리로 퍼지는 양상
✅ 목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일 때 더 심해지는 패턴
✅ 아침에 일어날 때 특히 심한 증상
✅ 손으로 목 뒤쪽을 눌렀을 때 연관통이 있는 부위
이런 특징들을 종합해보니, 전형적인 후두신경통의 양상이었어요.
사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게, 두통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거든요.
� 1차성 두통: 편두통, 긴장성 두통처럼 뚜렷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두통
� 2차성 두통: 목디스크나 경추 관절 문제로 인한 경추성 두통
� 3차성 두통: 뇌혈관이나 뇌 자체의 문제로 인한 두통
이분의 경우는 명백히 2차성 두통,
그 중에서도 후두신경통에 해당하는 케이스였습니다.
왜 지금까지 못 찾았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후두신경통은 진단하기가 쉽지 않아요.
일반적인 MRI나 CT로는 잘 보이지 않거든요.
후두신경이라는 건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신경인데,
이게 목 뒤쪽 근육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염증이 생기거나 압박을 받으면 두통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미세한 변화는 영상 검사로는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환자분의 증상 양상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단이 더 중요한 거죠.
저도 처음에 신경과 전문의가 되고 나서는
이런 케이스들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구구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이런 패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제 10년차니까요. ^^
SI(초음파 유도하) 주사치료를 받은 이유
진단을 내린 후, 저는 이분에게
SI(초음파 유도하) 주사치료를 제안드렸습니다.
사실 많은 환자분들이 주사 치료라고 하면 무서워하시는데,
이 시술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초음파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면서
염증이 생긴 후두신경 주변에 소량의 약물을 주입하는 거거든요.
시술 자체는 10분 정도면 끝나고, 입원할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 이분의 반응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시술 받고 나서 2주 후에 다시 오셨는데,
표정부터가 완전히 달라져 있더라고요.
1년 넘게 달고 살던 옆머리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고 하시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더라고요.
약물 치료 vs 근본 치료의 차이
이 케이스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낀 건데요.
같은 두통이라고 해도 원인에 따라
치료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거예요.
1차성 두통인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의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주가 될 수밖에 없어요.
뚜렷한 구조적 원인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2차성 두통인 경추성 두통, 특히 후두신경통의 경우에는
원인이 되는 신경의 염증을 직접 치료해주면
훨씬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런 구분 없이 계속 진통제만 드시고 계시는 거예요.
물론 진통제도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하거든요.
진료를 하다 보니, 옆머리 두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 컴퓨터 작업이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분들
✔️ 목과 어깨 결림을 함께 호소하는 분들
✔️ 베개가 맞지 않거나 잠자리 자세가 불편한 분들
✔️ 스트레스가 많거나 수면 부족인 분들
이런 요인들이 목 주변 근육의 긴장을 높이고,
결국 후두신경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합니다.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많은 분들이 두통이 있어도 참고 지내시다가
너무 심해져서야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시다면
빨리 내원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머리 한쪽 부위의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 목을 움직일 때마다 두통이 심해질 때
� 손으로 목 뒤를 눌렀을 때 머리로 퍼지는 통증이 있을 때
� 일반 진통제로도 조절이 잘 안 될 때
특히 뒷머리에서 시작해서 옆머리나
귀 뒤쪽으로 퍼지는 양상의 두통이라면
후두신경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환자분처럼 시술로 좋아지신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이런 것들을 권해드려요.
� 목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하기
� 컴퓨터 모니터 높이 조절하기
� 베개 높이를 자신에게 맞게 조정하기
�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너무 많이 숙이지 않기
이런 간단한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재발률을 크게 줄일 수 있거든요.
오늘 이야기를 통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모든 두통이 똑같지 않다는 거예요.
특히 옆머리 두통이나 뒷머리에서 시작되는 두통의 경우,
단순히 진통제로만 버티시지 마시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으시면 생각보다 빠르게
좋아질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 역시 매일 진료실에서 이런 환자분들을 만나면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너무 오래 참지 마시고 한 번쯤은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일상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