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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신경통 증상? 약 먹어도 귀까지 찌릿 통증

<이비인후과&치과> 가도 이상 없으면 <신경과> 차례죠

by 콕 선생님

"선생님, 제가 예민한 걸까요? 치과 선생님들은 아무 이상 없다는데..."



진료실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오히려 안도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정확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신호니까요.



안녕하세요.

치과, 이비인후과 등 병원 세 곳이나 다녀도 원인을 찾지 못해

'내가 예민한가' 하고 자책하시는 분들께,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저는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그림10.png



오늘은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 이야기를 통해,

3차신경통이 왜 이렇게 헷갈리는지,

그리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왼쪽 어금니가 아픈데 치과에선 이상 없대요



얼마 전 한 환자분이 오셨어요.

왼쪽 아래 어금니 쪽이 너무 아파서

치과를 이미 두세 군데 다녀오신 분이었죠.



그런데 어디를 가도 "이상 없어요"

"충치도 없고 잇몸도 괜찮아요"라는 말만 들으셨대요.

처음엔 본인도 '아, 그럼 내가 너무 예민한가 보다' 싶으셨다고 해요.

하지만 통증은 계속됐고요.



밥 먹을 때, 특히 씹을 때마다 찌릿하게 전기 오듯이 아프신 거예요.

말할 때도 불편하고, 심지어 혀로 그쪽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악!'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분 소개로 저희 콕병원에 오시게 됐어요.



환자분을 처음 뵀을 때, 저는 일단 자세히 들어봤어요.



✅ 언제부터 아팠는지

✅ 어떤 상황에서 더 심해지는지

✅ 통증이 지속적인지, 아니면 순간적으로 찌릿하고 마는 건지

✅ 특정 부위를 건드리면 유독 더한지



환자분 말씀을 들어보니,

통증이 '지속적으로 은근하게' 아픈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찌르는' 느낌이었어요.



그것도 특정 동작, 예를 들어 음식을 씹거나

혀로 자극할 때만 발생하는 거죠.

이건 일반적인 치아 문제와는 좀 다른 양상이에요.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치아가 문제라면 보통 지속적으로 욱신거리거나,

누르면 아프거나, 찬물 먹을 때 시린 증상이 주로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이 환자분은 그런 게 아니라 '전격적으로 찌릿'하게 오는 통증이었어요.

이럴 때 우리가 의심해봐야 하는 게 바로 3차신경통이에요.




3차신경통이 뭐길래 치과로 착각할까요?



3차신경(삼차신경)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인데요.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요.



1️⃣ 첫 번째 가지: 이마, 눈 쪽

2️⃣ 두 번째 가지: 광대, 코, 윗입술

3️⃣ 세 번째 가지: 아래턱, 아래 치아, 턱 라인



그래서 '3차'신경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이 신경이 자극받거나 압박받으면, 해당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데요.



문제는 이 통증이 치아 통증과 구분이 정말 어렵다는 거예요 ㅠㅠ



특히 세 번째 가지(아래턱 쪽)에 문제가 생기면,

환자분들은 당연히 "어금니가 아프다"고 느끼시거든요.



실제로 신경 분포상으로도 치아 주변을 지나가니까,

치과적 문제와 감별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처음엔 치과로 가시는 거죠.



3차신경통 증상, 이렇게 느껴져요



제가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자주 듣는 표현들이 있어요.



✔️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해요"

✔️ "칼로 찌르는 것처럼 날카롭게 아파요"

✔️ "순간적으로 확 왔다가 사라져요"

✔️ "세수할 때, 양치할 때 특정 부위 건드리면 아파요"

✔️ "바람만 스쳐도 아플 때가 있어요"



이런 표현들이 나오면, 저는 3차신경통을 꼭 염두에 두고 진료해요.

특히 통증이 몇 초에서 몇 분 정도로 짧게 왔다가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더더욱 의심해봐야 해요.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특정 지점(trigger point)을 자극하면

통증이 유발된다는 거예요.

이걸 방아쇠점이라고도 하는데요.


그림12.jpg 출처: Cleveland Clinic



예를 들어 볼을 만지거나, 입술을 건드리거나,

이를 닦을 때 특정 부위에 닿으면 '악!' 하고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귀도 아플 수 있나요?



네, 가능해요.

사실 이것도 많이 헷갈려 하시는 부분이에요.

3차신경은 귀 앞쪽 부위와도 가까이 있어서,

신경통이 발생하면 귀 주변이나 귀 안쪽까지 아픈 것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환자분들 중에는 "귀가 먹먹하고 아파요",

"턱이랑 귀가 같이 아파요"라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럴 때 이비인후과를 먼저 가시는 경우도 많은데,

검사상 귀에는 문제가 없다고 나오죠.

중이염도 아니고, 고막도 멀쩡하고.



그럼 턱관절 문제인가 해서 또 안면외과를 가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턱관절에도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결국 "원인을 모르겠다"는 상태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시게 되는 거예요;;

이게 바로 3차신경통이 까다로운 이유예요.

증상이 다양한 부위로 나타나니까, 각 과에서 해당 부위만 보면 이상이 없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환자분께도 저는 일단 MRI를 권해드렸어요.

"혹시 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라고 걱정하시길래,

오히려 그 부분을 확실히 확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3차신경통의 원인 중 하나가 혈관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인데,

이건 MRI로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해요.


그림13.png <해당 환자분의 mri 사진입니다.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


물론 모든 경우에 MRI에서 명확히 보이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뇌종양이나 다른 구조적 문제는 배제할 수 있죠.



다행히 이 환자분은 MRI상 뇌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어요.



기질적인 병변은 없고, 임상 증상과 진찰 소견을 종합했을 때

3차신경통으로 판단할 수 있었어요.



3차신경통 약, 어떻게 치료하나요?



3차신경통은 사실 수술적 치료도 있어요.

미세혈관감압술(MVD)이라고,

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해주는 수술인데요.



하지만 모든 환자가 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대부분은 약물 치료로 충분히 조절 가능해요.



물론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 가능성도 있고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처음엔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환자분의 반응을 보면서 천천히 조절해 나가요.



이 환자분도 약을 시작하고 며칠 후부터

"아, 좀 덜 아픈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2주 정도 지나니까 밥 먹을 때나 말할 때

거의 신경 안 쓸 정도로 좋아지셨어요.



그러면 이제 약 먹으면 바로 나아요? 얼마나 먹어야 해요?

하고 궁금하실 텐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람마다 다르다가 정답이에요.

어떤 분은 며칠 만에 효과를 느끼시고, 어떤 분은 몇 주 정도 걸리기도 해요.

그리고 약을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는지도 개인차가 큰데요.



그림14.jpg



3차신경통 자체가 재발이 잦은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일정 기간 유지 용량으로 복용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가 천천히 용량을 줄여나가면서 끊는 거죠.

물론 이 과정에서 재발하면 다시 용량을 조절해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항상 말씀드려요.



"약을 먹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편하게 하는 게 목표예요.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함께 조절해 나가요."



제가 지금까지 봐온 많은 환자분들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내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니 걱정을 조금은 덜어 주셔도 돼요. ^^



콕통증의학과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나요?



저희 콕은 신경과와 통증의학과가 함께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애매한 통증 케이스가 왔을 때,

서로 협진하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게 강점이에요.



예를 들어 이 환자분처럼 치과적 문제인지, 신경통인지,

턱관절 문제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저희는 신경과에서 MRI 판독과 신경학적 진찰을 하고,

통증의학과에서는 통증 양상과 치료 방향을 함께 논의해요.


그림15.jpg [협진을 통해 응급 상황을 해결한 적도 있습니다. 믿고 맡기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덕분에 환자분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 않고,

한 곳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실 수 있는 거죠.



치과 갔는데 이상 없다면, 의심해보세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치아 통증 같은데 치과에서 이상 없다고 하면

✔️ 귀나 턱 주변이 함께 아픈데 원인을 못 찾았다면

✔️ 순간적으로 찌릿하게 전기 오듯 아픈 통증이 반복된다면

✔️ 특정 부위를 건드릴 때만 통증이 유발된다면



3차신경통을 꼭 한 번 의심해보시길 바라요.

그리고 가능하면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곳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는 게 중요해요.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단 하나예요.

"제가 예민한 걸까요?"라고 자책하는 환자분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아니에요. 전혀 예민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아픈 거예요.



다만 그 원인이 생각했던 곳과 다른 곳에 있었을 뿐이죠.



그래서 만약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면,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다른 방향으로도 접근해보시길 바라요.



그림16.png



오늘도 진료실에서,

"선생님 덕분에 원인을 알게 됐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있어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증 없이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조성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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