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드림 <기흥 신경과>
지난주 진료실에서 만난 60대 후반 환자분.
손 떨림 때문에 타병원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셨다는데,
막상 제가 본 증상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어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는데,
그동안 모든 증상을 파킨슨병 탓으로만 돌리고 계셨던 거예요.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진료실 문을 열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분의 삶이 달라질까' 하는 마음으로
환자분들을 기다리는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10년 넘게 신경과 진료를 해오면서
정말 많은 파킨슨병 환자분들을 만났는데요.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환자분은 제게도 특별한 케이스였어요.
파킨슨병이라고 다 같은 파킨슨병이 아니에요
처음 환자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실 때부터 뭔가 이상했어요.
보호자분 부축을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어오시는데,
표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진료 기록을 보니 타병원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시고 약을 복용 중이셨는데,
손 떨림과 함께 허리 통증, 보행장애가 점점 심해졌다고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진찰하면서 느낀 건 달랐어요.
파킨슨병으로 인한 전형적인 보행 이상과는
뭔가 다른 양상이었거든요.
허리를 펴지 못하시고, 걸을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시는 모습이
단순히 파킨슨병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어요.
환자분께 여쭤봤어요.
파킨슨약을 드시면서 손 떨림은 어떠세요?
물으니 그건 조금 나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허리 통증과 걷기 힘든 건
약을 먹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 순간 직감했죠. '이건 파킨슨병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바로 통증의학과와 협진을 요청했어요.
콕병원의 장점이 바로 이거예요.
신경과와 통증의학과가 한 건물에 있으니까
환자분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닐 필요가 없거든요.
MRI 검사 결과를 보는 순간 모든 게 명확해졌어요.
✔️ 요추 4-5번 디스크 탈출증
✔️ 요추 척추관 협착증
✔️ 신경근 압박 소견
파킨슨병으로 인한 보행장애에 척추 문제까지 겹쳐있었던 거죠 ㅠㅠ
당일 파킨슨 검사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파킨슨 명의라는 말의 진짜 의미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파킨슨 명의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환자분의 증상을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느냐,
그게 진짜 실력이에요.
이 환자분처럼 파킨슨병 환자분들 중에
척추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많거든요.
문제는 대부분 모든 증상을 파킨슨병 탓으로 돌린다는 거예요.
허리가 아픈 것도, 걷기 힘든 것도,
전부 파킨슨병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각각의 원인을 정확히 감별해내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해요.
환자분 치료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서 진행했어요.
1️⃣ 1단계: 허리 통증부터 잡자
통증의학과에서 C-arm(투시장비) 유도하에
정밀한 신경차단술을 시행했어요.
CI(C-arm Intervention) 주사치료라고도 하죠.
신경이 눌린 정확한 부위에 약물을 주입해서 염증과 통증을 해소하는 치료예요.
시술 일주일 후 다시 뵀을 때 환자분 표정이 확 달라져 있더라고요.
허리 통증은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하시면서도,
여전히 걷는 건 불편하다고 하셨어요.
당연했죠. 아직 파킨슨병으로 인한
보행장애는 그대로 남아있었으니까요.
2️⃣ 2단계: 파킨슨 특화 재활 프로그램
여기서부터가 진짜 중요했어요.
일반적인 재활치료가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분들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했거든요.
✅ 대동작 움직임 훈련: 파킨슨병 환자분들은 동작이 작아지는 특성이 있어요.
의도적으로 크게 움직이는 연습을 반복했어요.
✅ 보행 패턴 개선: 종종걸음이 아닌 정상적인 보행 패턴을
몸에 각인시키는 훈련이었어요.
✅ 균형 감각 회복: 넘어질 위험을 줄이기 위한 균형 훈련도 병행했죠.
이 모든 과정을 도수치료와 함께 진행했어요.
재활 치료를 시작하고 약 3개월이 지났을 때였어요.
환자분이 보호자 부축 없이 혼자 걸어서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거예요;;
처음 오셨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죠.
걸음걸이도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허리도 펴지셨더라고요.
환자분이 하시는 말씀이 지금도 기억나요.
파킨슨병이라고 해서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어요.
파킨슨 변비, 절대 간과하면 안 돼요
환자분을 치료하면서 또 하나 중요하게 관리한 부분이 있어요.
바로 변비였어요.
파킨슨병 환자분들 중 80% 이상이 변비로 고생하시는데,
이게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에요.
파킨슨약 흡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거든요.
이 환자분도 심한 변비로 고생하고 계셨어요.
✔️ 파킨슨병 자체가 장운동을 느리게 만들고
✔️ 파킨슨약 중 일부가 변비를 악화시키고
✔️ 운동량 감소로 장 기능이 더 떨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그래서 약물 조절과 함께 식이요법,
수분 섭취,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도록 안내해드렸어요.
재활 치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늘어나니,
변비도 함께 개선되더라고요.
파킨슨약, 제대로 알고 드셔야 해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게 있어요.
파킨슨약을 먹으면 모든 증상이 다 좋아진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파킨슨약은 도파민을 보충해서 떨림,
경직 같은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약이에요.
하지만 균형 장애나 보행 문제는
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약물 치료와 함께 재활 치료가 정말 중요해요.
특히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재활에 참여하시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와요.
제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이런 증상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려요
✅ 걸을 때 한쪽 팔이 잘 안 흔들려요
✅ 글씨가 점점 작아져요
✅ 표정이 딱딱해졌다는 말을 들어요
✅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아요
✅ 걸음이 느려지고 종종걸음을 쳐요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마시고
꼭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세요.
특히 50대 이상이시라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해요.
파킨슨병, 포기하는 병이 아니에요
예전에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거의 선고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적절한 약물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
그리고 동반된 다른 질환의 정확한 감별과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요.
오늘 소개해드린 환자분처럼요.
파킨슨병과 척추 질환을 함께 앓고 계셨지만,
각각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한 결과 지금은 혼자 걷고,
일상생활도 거의 정상적으로 하고 계세요.
여러분도 파킨슨병으로 고생하고 계신다면, 절대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모든 증상을 파킨슨병 탓으로만 돌리지도 마시고요.
허리가 아프고, 걷기 힘들다면 정말 파킨슨병만의 문제인지
정확한 검사가 필요해요.
파킨슨약만 드신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파킨슨병은 분명 쉬운 질환은 아니에요.
하지만 포기할 필요는 더더욱 없어요.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충분히 일상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함께 이겨내봐요.
감사합니다.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