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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Nov 28. 2020

방송국 놈들의 책무는 추억이다!

유미가 나를 다시 채워주다

"아....."

싱어게인에 나온 33호 가수의 전주를 듣자마자

규현이 지른 탄성이다.

그가 아니지만 저 반응은 3가지로 얘기해볼 수 있겠다.

첫째, 지금 들어도 너무 좋다.

둘째, 왜 나는 유미선배를 잊을 정도로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었나?

셋째, 왜 대중가수는 이렇게 수명이 짧은가...


규현이 느꼈다기 보다 내가 느낀것이라 해도 될 것같다. 이름없이 번호로 불리우는 무명가수들의 오디션 프로가 나왔다. 방송사,외주사를 합해 속해있는 피디와 작가들의 아이디어는 프로그램이 정규화, 성공화 할 수 있는것이냐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포맷은 늘 비슷하고 성공한 기존의 것을 차용하기 쉽지만 마음을 담는건 제작진의 의지에 따라 많이 다르다.

싱어게인은 소위 찐 심이 담겨있었다. 누구누구의 능력을 빨아먹고 버리는 휘발성 프로그램이 아니란 뜻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또 한번 프로듀서로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재미,혹 사회에 반향을 일으켜야 하는지를 느꼈다.


방송을 보고 원곡을 다시 들어보았다.

유미는 그 사이 더욱 가창력이 돋보였다. 세월을 이겨내며 더욱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음가 하나하나가 그녀의 입을 통해 모두 소중하게 전달되었다. 시간이 지나 원곡이 가진 대중성을 넘어 어느덧 노래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들렸다.

그런 실력있는 그녀가 왜 싱어게인에 나와 경쟁하기로 마음먹었을까?


답은 뻔하다. 노래하고 싶은 무대가 나를 찾아주지않기 때문이다. 소위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직장인도 아닌것이 아티스트도 아닌것이 어중간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보니 그저 새거,좋은거,유행하는거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옛 것은 어느순간 소수의 프로그램에서 찾고 그러다 그 프로그램은 유행에 뒤쳐져 폐지의 길을 걷는것이 생리다.

한때 열린음악회, 콘서트7080등에 나와서 노래를 했겠지 그리고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좀 더 최신의 곡을 부른 가수로 채워지겠지...왜?주관적인 판단으로 너무 많이 나온거아니야? 다들 모르는거 아니야?라고 생각들 하지않았을까?


뻔한 오디션이 준 더한 감동

프로듀서로서 싱어게인 제작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통달했다며 잘난척하는 심사위원의 곤조도 없고

그저 참가계기가 담긴 종이한장 심사위원에게 전달하고 번호로 불리우며 노래로 판단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콘셉트를 만들어 시청자에게 부연설명,강조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감동을 전해주지 않는가.


방송국에서 종사하는 흔히 기획자들이라면 재미와 감동도 읽어야하지만 시대를 읽는 능력이 풍부해야한다.

어느새 자리잡은 케이팝은 대한민국 노래의 기준이 되었고 다양한 음악장르로 데뷔하는 그 90년대 가요계의

중흥기처럼 이제는 하지않는다. 가수는 무조건 그룹으로, 아이돌로 데뷔하는 세상이 왔다.

그 와중에 유미의 노래처럼 잊혀진 명곡과 가수, 노래는 알지만 가수는 모르는 곡들을 알리는 것은

고스펙, 성공만을 위해 달려야하는 요즘, 마치 표같이 우리의 달리기를 잠시 쉬어가게 해 주는 쿨다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유행을 쫓아가거나 유행을 창출하거나 두가지인데 싱어게인은 대중가수의 힘을 빌려

또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냈고 이는 대중음악산업에 기여를 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고 낡은 , 유행이 지난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을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줄것이다.

적어도 방송국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빠르게 달리는 세상에 적당히 워워해주고 놓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하는 연구를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2002년 2월에 발매한 곡이더라.

멜론이 그때도 있었는가 모르겠지만 음원사이트에 들어가 누르지 못한 하트를 누르고 다시 원곡을 들었다.

확실히 방송에 나온 유미의 2020년 버전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가 훨씬 좋아 계속 반복해서 보고있다.

유행은 그리고 기억을 되살리는 프로그램은 꼭 시사,정치, 교양 프로그램에 국한되지 않는다.

좋은 예능 하나로 세상을 뒤짚어 놓는 광경을 우리는 얼마 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알지 않았는가?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이지만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빌며 결말을 어떻게 낼 지 꾸준히 시청하고 싶다.

그리고 기억속에서 잊혀진, 그리고 지금도 노래하고 싶은 신인과 중견가수들을 나는 찾아야겠다.

왜? 방송국놈들의 책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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