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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Jan 13. 2023

웃기지 않는 요즘 예능PD들

웃음제조사, 뿅망치를 내려놓다!  

웃기지 않는 예능피디들이 많아진다.


TV에서 뿅망치가 사라졌다. 과도한 분장이 사라지고 게임이 사라지는 자리에

강아지와 놀고 돈을 벌러 다니고 연예인 대신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을 만든다.


예능피디가 교양적인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만들고

교양피디가 예능을 하고 드라마 피디가 예능을 하는 세상이 왔다.


웃기고 있던 예능피디가 이제는 울리고 있다.

방송국에 정말 웃기는 일이 생겨났다.


1차원적 웃음유발 기획이 사라지다!


예전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교양피디는 교양적이고 드라마 피디는 감성적이고

예능피디는 천박하다 표현했다. 그 전 선배들 때는 더하면 더 했겠다.

이유는 심플하다. 고민도 없이 게임만 하고 벌칙으로 뿅망치로 맞는 수준낮은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20년가까이 지난 지금은 어떤 플랫폼을 막론하고 예능이 최우선이다.

가성비가 좋고 이른바 기대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김태호, 나영석, 신원호 같은 1세대 스타 예능피디들의 출발이 있었고

닥치고 예능이라는 이름만 예능인 프로그램이 생겨나더니

지금은 토종 예능피디들이 게임과 벌칙공부를 내려놓고 다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도통 예능 콘텐츠를 보면서 웃지를 않는다. 티비를 보는 내내 나는 무표정이 되었다.

심장도 잘 안뛰는거 같은 느낌이다. 나만 그래?


남는 걸 찾기 시작한 예능PD


최정상 배우, 아이돌 같은 빵빵한 섭외.

입수와 분장 미션, 벌칙을 각오하고 나왔던 연기자(예능에선 출연자를 모두 연기자라고 통칭함)에게

캠핑카에서 하루밤 자라고 하고 슈퍼마켓을 운영하라하고 돌바주었던 강아지를 찾아가보자 한다.


한 때는 일부 연예인들은 한탄을 하기도 했다.

왜 나는 결혼을 안했나, 왜 아이가 없나, 왜 이혼하지 못했나, 왜 혼자 살지않고 숙소생활을 하는가...

주류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모두 기혼자들 위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되었든 슈퍼마켓 운영과 같은 작은 부비트랩만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피디, 작가가 조금 더 고생할테니 공간안에서 원하는 데로 하라는 말.

계속 찍어대고 밤세 프리뷰(영상원본을 돌려보는 일)하고 일주일 내내 편집하겠다는 거다.


왜 예능피디는 이른바 빅재미를 포기하고 주구장창 찍어 소박한 재미만 남은 서사를 추구하게 된것일까?

시즌제의 확실한 도입, 예산의 확대, 그리고 성대모사, 노래, 춤 등의 장기가 없는 출연자들을 위한 배려

무엇보다 시청자가 이제 그냥 웃다가 끝나는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는게 이유다.

발빠른 예능피디들은 태세전환을 하여 검증된 예능장치를 버리고 스토리를 위한 소재찾기에 나섰다.


예능의 법칙이었던 3분안에 한번씩 웃기기는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

웃음을 버린대신 구멍가게 사장님의 애환, 연예인의 말못할 고충, 돌싱들의 제2의 인생, 반려동물과의 공존, 대자연이 주는 기쁨과 보존의 이유, 스포츠스타의 활약으로 보는 노력의 중요성...의미가 남는 것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능피디, 서비스 정신을 장착하다.

오래된 스튜디오에 못질 자국이 선명한 큰 나무 세트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게임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곧 예능이다라고 정의내릴 때는

섭외가 제일 중요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불러내는 것이 시청률 싸움에서 유일한 승리의 전략이었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비슷한 형식이라 홍보가 필요한 게스트들은

어쩔 수 없이 출연을 강행(?)해야 했다. 그러니 그 빅재미가 나올때까지 열시간이 넘도록 억지로 웃음을

짜내야했고 이른바 MC 000 피해자라는 모임이 생겨났다는 에피소드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 뭉쳐야찬다. 최강야구, 달리는 사이, 어쩌다 사장, 윤스테이, 효리네 민박 등등

웃기기가 우선이 아닌 시즌제로서의 목적이 분명한 서사를 그려내는 프로그램들이 히트를 치고 있다.

웃음을 포기하는 대신 조금 더 일상에 가까운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시청자가 원하는 거라 인지하고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서비스정신이 생겨났다.

가장 잘 할 수 있고 늘 해와서 손에 익고 값싸게 막을 수 있었던 스튜디오물을 포기하게 된 이유다.

이런 시대 정신을 장착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출연료, 임차료, 세트비, 장소사용료 모두가 올랐다. 안오른 건 내 월급뿐이다.

바빠지고 비싸진 출연자들을 활용해 단기간에 프로그램을 만들기에는 이런 프로젝트형 예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결국 높은 화제성과 출연료롤 담보로 하는 광고비 충당과 제작비 리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음을 버리기로 우선 정했다.


처음보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환승연애, 솔로지옥, 나는솔로, 돌싱글즈, 체인지데이즈, 결혼에 진심, 핑크라이, 에덴, 잠만자는 사이

구분도 어려운 일반인 연애프로그램이 대세다.

유명하고 출연료가 높고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기도 힘든 연예인보다

출연이 확정되면 기획의도에 따라 모든 스토리를 다 꺼내놓는 일반인 출연자에게 예능피디들이

더 끌리고 있다. 작가와 인스타그램으로 사람찾기에 올인하고 있다.

처음듣는 유튜버가 예능 출연의 대세가 되었다.

웃기지는 않지만 새로운 소재에 맞는 서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이런 출연자가 훨씬 낫다.

의도한 대로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유명한 배우가 보여주는 의외의 장기를 보고 더 좋아하게 되는 결과보다

의외의 장기와 외모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일반인들이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지는 킬러콘텐츠가 되었다.

이러다보니 대한민국에 연예안하는 일반인 찾기에 온갖 방송사가 또 사활을 건다.

새로운 장르를 쫒아 웃음을 버리더니 이러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이름을 외워야 할 판이다.

예능...안웃기더니 더 만들기 어려워졌다.


웃을 일이 점점 없어진다.


영끌족이 힘드니 자살률이 1위니 네탓내탓 정치하는 사람들은 올해도 변함이 없고

월급은 오르는데 돈은 모이지않고 물만 먹었는데 자꾸 살이찐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맘편히 틀어만 놓으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가끔 혼자 생각을 해보지만

신서유기가 안나오니 그것도 나의 욕심이다.


예능피디로서 성공하려면 웃기지않고 소재를 뒤져야하는데 마땅히 나타나질 않는다.

선배들이 하는 말이 있다. "소재는 늘 자신의 주변에 있다!"라고...

나는 지금 솔로다. 나는 왕따인데 소재가 어딨나...

정시 퇴근하면 남이 되는 게 편하고 합리적이 된 요즘 세상에 말이다.

이렇게 예능 기획은 휩쓸리다가 원래 하던 걸 내려놓다가 반대로 가보는 것이 트랜드화로

나타난다.

 예능...어렵다.

어렵다는 말도 웃기다 풉! 멍이나 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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