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 모마스토어, 글로시에, 에임 레온 도르
소호로 가는 길, 잠깐 소호의 역사를 검색해 보니 소호가 아니나 다를까, 약자였다. 'South of Houston Street'. 원래는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곳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레 예술가가 유입되었다고 한다. 제조업이 필요로 했던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이 예술가의 작업실로 사용하기 좋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져온 곳인데 소호에 몇 군데 유명한 편집샵이 있었다. Aime Leon Dore(에임 레온 도르)와 Glossier(글로시에). 마지막이니만큼 이곳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프린스스트리트 역에서 내려 걸어가니 MoMA 스토어가 눈에 보였다. 뉴욕현대미술관 바로 앞에 있던 스토어에서는 굳이 살 필요를 못 느꼈는데 마지막날이니 기념품 몇 개를 사고 싶어 들어갔다. 현대미술이 그려져 있는 자석, 캐릭터 얼굴을 스프링에 달아 손으로 톡 치면 진동으로 움직이는 디자인 장난감. 나는 고민하다 현대카드 할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 드릴 작은 여행가방과 장난감, 자석 하나를 샀다. 무려 20% 할인. 할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는데 20% 할인이 꽤나 쏠쏠해서 뭔가 돈 번 기분이었다. 현대카드 고맙습니다......
글로시에는 모마스토어 맞은편에 있었는데 여성 화장품 등을 파는 편집샵이라 들어가지는 않고 지나가기만 했다. 사진 찍고 구경하는 그 몇 분 사이에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가고 나갔다. 짧게는 줄까지 섰다. 나는 굳이 들어갈 필요를 느끼지는 못해 사진만 찍고 '에임 레온 도르'로 발걸음을 옮겼다. 글로시에를 거쳐 두 블록 정도 직진하다 왼쪽으로 꺾으면 창문마다 녹색 차양이 달린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간판을 달수 없는 오래된 건물이어서 그런지 모두 깃발로 간판을 대신했는데, 녹색 깃발로 'Aime Leon Dore'가 적혀있었다. 엄청나게 큰 문을 들어가려니 한 남성이 문을 열러 주고 웰컴! 하며 들어가라 손짓해 주었다.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들어가니 옛날 클래식 차와 백남준 작품이 연상되는 티브이 9개가 3열 종대로 놓여있었다. 이 넓은 공간에 옷 말고 현대미술 작품처럼 클래식 차와 티브이를 전시해 놓다니. 아무래도, 우리는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브랜드예요!라고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듯했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갤러리 느낌으로 꾸며놓은 공간 벽면에 옷들이 몇 개 걸려있었고 그 주위에 내 또래로 보이는 한국인 남자들이 있었다. 대충 봐도 3~4명 정도였는데 한국인 남성이 일부러 옷을 사러 찾아올 정도면 꽤나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동해서 혹시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하나 사볼까, 가장 만만한 티셔츠의 택을 손목 스냅을 이용해 호기롭게 젖혀보았는데 무려 7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만 원. 난 바로 택을 덮고 다른 제품을 쓱 둘러보다 나왔다. 아직은, 티셔츠 10만 원은 버겁다.
소호 구경을 마치고 해리포터 뉴욕점을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어떤 핑크핑크한 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메라도 함께. 난 유명인사가 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서둘러 그쪽으로 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누군지 확인했다. 'Museum of Ice Cream' 앞이었는데 사람들이 '나 팬이에요! 빨리 나와줘요!' 대충 이런 느낌으로 소리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를 보는 걸까? 너무 두근거렸고 갑자기 문이 열리며 나온 스타는 패리스 힐튼이었다. 헬로키티를 어깨 한편에 달고 온몸을 핑크로 깔맞춤 한(심지어 안경테까지) 패션을 선보이며 가게 앞으로 나와 포즈를 취했다. 엄청난 플래시 세례. 사진은 저렇게 찍어야 되는구나, 스냅사진을 찍으며 사진 찍히는 게 정말 힘들구나를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새삼 저 여유와 표정, 몸짓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껴졌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패리스힐튼은 다시 들어갔다.
사실 오늘 소호에 다시 오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뉴욕여행 초반에 소호를 가고 나서는 생각보다 휑하고 볼 게 없어 살짝 실망했었는데 오늘 무슨 마음이 동했는지 급하게 소호를 마지막으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뉴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두 눈으로 직접 유명인사를 보게 되었다. 인생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껏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하고 아무 기대하지 않고 가면 예기치 못한 순간이 선물처럼 안겨지는 것. 그래서 유노윤호가 그랬나, '일희일비 않기'.
그렇게 뜻밖의 선물 받은 순간을 느끼며 지하철로 발걸음을 옮기는 데 갑자기 카톡하나가 날아왔다. '비행기 지연 안내, 7시간'
#정리
1. 소호의 대표적인 편집샵 중 2곳에 방문했다. 글로 시에 와 에임 레온 도르. 에임 레온 도르는 남성복 위주라 남성들만 있었다.
2.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패리스 힐튼과 여동생인 니키 힐튼을 보았다. 유명인사를 내 두 눈으로 보다니,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미국 여행 꿀팁 18
1. 소호의 편집샵 제품은 한국에서 직구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고 하니 패션을 좋아하는 분들은 미리 검색해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