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뉴욕, 룩스 라이프 호텔 노매드 5th 에비뉴
두 눈을 의심한 출국시간은 뉴욕 현지시간 기준 내일 새벽 6시였다. 뉴욕으로 오는 비행편도 지연되어서 연쇄 지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7시간이나 지연이라니. 에어프레미아가 다 좋은데 한번 지연되면 걷잡을 수 없이 연쇄 지연된다. 살짝 막막했다. 공항에 가서 몇 시간을 죽치고 앉아있어야 될까? 사실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도 이미 예약한 상태라 버스 시간도 애매했다. 그런데 걸려오는 전화. 공항셔틀 업체였다.
"출국 지연된 게 확인돼서 그 시간에 맞춰 새벽 3시에 한인타운에서 출발하는 시간으로 변경가능합니다. 괜찮으실까요?"
이 버스를 타려면 새벽 3시까지는 맨해튼에 있어야 된다. 근데 이미 체크아웃을 했고 어디 있을 곳도 없었다. 몸은 하루 종일 걸어서 굉장히 무거운 상태였다. 이 상태로 뉴욕 길거리에 앉아있으면 안전에도 위협을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셔틀버스는 새벽 3시에 맞춰 타는 것으로 피드백하고 아고다에서 검색되는 가장 싼 호텔에서 1박을 더 묵기로 했다. 찾아보니 상태 괜찮고 별점도 좋은 호텔이 1개 있었는데 아무리 싸도 20만 원이었다. 사실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최대한 가까울 호텔 중 싼 호텔을 찾으니 가격이 그렇게 싸지가 않았다. 고민하다, 여행은 돈 아끼는 것 아니다!라는 정신승리를 통해 바로 1박을 예약했다. 그 대신 저녁은 트레이더스 조에서 빵이랑 우유로 해결하기로 했다.
해리포터 뉴욕은 며칠 전 야간동행투어에서도 갔었던 매디슨스퀘어 공원 바로 앞에 있었다. 해리포터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방문한 기념품샵에는 해리포터 소설과 영화에 나오는 모든 소품들이 상품화되어 진열되어 있었다. 하다못해 지팡이와 퀴디치 게임에 쓰는 빗자루도 있었다. 나는 고민하다 귀여워 보이는 헤드위그 인형을 사기로 했다. 생각보다 품질도 좋았고 영화에서 보던 것과 외모가 똑같았다. 집에 놓으면 정말 귀엽겠다 생각하며 구매했다.
정말 피곤했다. 아까 오전 스냅사진부터 강바람을 맞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일까. 앱을 보니 3만보를 넘었다. 피곤할만하네. 마지막 일정이라 생각하니 더 피곤이 밀려왔다. 사실 체력만 되면 호텔에 짐을 두고 조금 더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이 상태로는 침대에서 그냥 잘 것만 같았다. 일단 원래 짐을 맡아놓은 체크아웃했던 호텔에 들려 짐을 찾고 예약했던 라이프호텔 뉴욕으로 이동했다. 29인치짜리 캐리어에 보조가방을 얹고 평일 저녁의 붐비는 뉴욕거리를 뚫고 가려니 쉽지 않았다. 기념품으로 가방무게도 만만치 않아서 더 그랬다.
급하게 예약한 라이프호텔 뉴욕 노매드는 한인타운인 웨스트 32번가의 바로 옆 31번가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좋은 건 셔틀버스 정류장이 걸어서 1분 거리라는 점이다. 입구는 계단을 한번 올라가야 되었는데 옆에 캐리어를 끌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다. 오래된 호텔이라 그렇겠지? 굉장히 오래된 보이는 좁은 문을 지나 들어가니 아담한 리셉션 공간이 나타났다. 나는 여권을 보여드리며 체크인을 했는데, 전날까지 묵었던 호텔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친절하고 말도 많았다. 차마 '나 오늘 뉴욕 처음 아니야'라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여러 정보들을 쭉 읊어주었다. 대충 '옆에는 한인타운인데 한국사람이니 한식 먹으려면 거기로 가.', '쿠폰 있는데 내일 조식 먹을 때 쓸 수 있어 (이 아담한 공간이 레스토랑이었나?)' 등등. 영어 듣기 평가하는 것처럼 친절한 응대를 끝까지 듣고 난 뒤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로 올라갔다. (내가 너무 신식 호텔에서 묵어서 그런지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뉴욕의 웬만한 호텔이 6~70년 전 만들어진 호텔이다. 이 호텔도 1958년 오픈했다.)
방은 생각보다 작았고 꽤나 바닥이 차가웠다. 철제로 된 침대프레임은 살짝 누우니 삐걱 소리가 났고 바로 옆에 달린 창문을 여니 바로 옆 건물의 벽면이 보였다. 뷰는 하나도 없었다. 뭐 어차피 새벽 3시 전에는 나가야 하니까. 샤워를 하고 나니 노곤노곤 피곤이 몰려왔다. 캐리어를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마치니 정말 눈이 감겼다. 각 잡고 잘 수는 없는 게 혹시 버스를 놓치면 대형사고다. 티브이를 켜니 넷플릭스 연동이 되었고 영화 한 편을 틀고 트레이더스 조에서 산 우유와 빵을 먹은 뒤 방에 불을 켜고 잠깐 눈을 붙였다.
새벽 2시 30분. 다행히 눈이 떠졌다. 세수를 하고, 옷을 입은 뒤 문을 나섰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체크아웃을 하러 갔더니 아까 체크인했던 분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Have a nice trip!'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인사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거리를 나섰다. 스마트폰을 보니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약간 있었다. 적막한 새벽시간의 뉴욕. 타닥타닥, 캐리어를 끄는 소리만 났다. 중간중간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원과 청소차가 보였다. 버스가 서기로 예정된 던킨도넛 앞으로 가니 바로 뒤에 나와 같은 버스를 탈 것 같은 남자 한 분이 오셨다. 이 분도 오늘 출국이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걸을 때는 몰랐던 한국 관련 간판들이 꽤 보였다. 어떤 가게인지 모를 'Seoul Sweets'부터 신한은행, 하나은행 맨해튼 지점도 보였다. 이곳에 파견된 분들은 다 에이스겠지? 길가에 캐리어를 옆에 둔 채 서있으니 지나가는 택시 몇 대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Taxi?'하고 부른다. 나는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하고 이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오래 서있었더니 발이 살짝 시렸는데 멀리서 밴 하나가 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탈 셔틀버스다. 이름으로 탑승 명단을 확인하고 내 캐리어가 트렁크에 실린다. 출발한 밴은 맨해튼을 건너 홀랑 터널로 간다. 터널을 빠져나오니 저 멀리 보이는 맨해튼의 야경. 밴 안은 피곤과 여행의 아쉬움이 뒤섞여 적막하다. 난 마지막으로 카메라 앱을 켜 멀리 보이는 맨해튼 야경을 담았다. 도착한 뉴왁공항은 늦은 시간 때문인지 사람이 많이 없었고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 편이 메인인 듯 한국사람이 많았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타는 곳으로 갔다. 어차피 새벽시간이라 열린 가게도 없다. 항공사에서는 늦은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쿠키와 물을 무료로 주었다. 그리고 진행되는 보딩. 3-3-3 배열의 가운데 복도 쪽 좌석에 앉은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내 생애 첫 혼자 해외여행이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감정을 나눌사람이 없어 살짝 외롭긴 했지만 나중에라도 이 경험을 정리해서 공유해야지. 다짐했다. 인스타 스토리로 정리했고, 이 브런치 글도 그때 결심의 일환이다.
이렇게 내 생애 첫 혼자 해외여행, 뉴욕 여행은 끝이 났다.
#정리
1. 비행기 지연시간에 맞추어 셔틀버스 시간이 조정되었고, 급하게 새벽까지 있을 호텔을 예약했다.
2. 해리포터 뉴욕은 해리포터 팬이라면 꼭 한 번은 와봐야 할 곳이다. 해리포터 소설, 영화의 모든 소품을 상품화해서 팔고 있고 제품 질 또한 상당히 괜찮다.
#미국 여행 꿀팁 19
1. 공항셔틀버스를 예약하면, 항공편이 지연될 시 지연시간에 맞추어 버스 출발시간이 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