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둘째 날, 마르스 광장과 에펠탑, 에투알 개선문.
파리 2일 차. 아침이 밝았고 뉴욕과는 다르게 새벽도착이 아니라 생각보다 푹 잤다. 시차 이슈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다. 오늘부터는 많이 걸을 것이기 때문에 어제 산 빵과 우유를 일단 든든히 먹었다. 호텔의 TV는 아쉽게도 프랑스 방송밖에 나오지 않아 틀어는 놨지만 약간 백색소음 기능이었다. 창문 밖을 보니 날씨가 꽤 좋았다. 그래도 유럽의 날씨는 꽤나 변덕이 심해서 언제 비가 올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비 와도 답은 없다. 우산 자체가 없고, 그 거추장스러운 것을 들고 다니고 싶지도 않다. 그냥 맞고 다니리라.
오전 8시 30분, 호텔 밖을 나섰다. 와, 내가 정말 파리에 왔구나. 그것도 혼자서. 태어난 지 35년을 바라보는 내가 올해만 인생 처음이자, 벌써 두 번째 혼자 해외거리를 걷는다. 호텔 밖을 나와 샴브론 역 앞 교차로를 가자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철도가 깔린 고가가 북쪽 센강을 향해 쭉 뻗어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파리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1층에는 영어와 불어가 섞인 간판들이 보이고 사람들은 분주히 나를 지나쳐 걷는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같은 교통체증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구글맵을 켜고 미리 한 네이버 카페에서 제공한 일자별 파리여행 동선이 즐겨찾기 된 링크를 탭 한다. 오늘은 마르스 광장과 에펠탑을 보러 갈 예정이다. 지하철을 타도 되지만 사실 역과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돈도 아낄 겸 걸어가려 한다. 걸어도 한 1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도착한 마르스 광장의 중앙 잔디밭은 철조망이 쳐져있었다. 기사를 검색해 보니 파리올림픽이 끝나고 시설을 철거하고 정비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하, 가는 날이 장날이구나,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곳을 공사 때문에 제대로 못 보다니. 그래도 마르스 광장 초입부터 보이는 에펠탑을 눈으로 꾹꾹 눌러 담으며 위안 삼았다. 가는 길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꽤 있었는데, 신혼여행을 온 것 같은 커플이 잠에서 막 깬 머리를 하고 후드티만 걸친 상태로 광장 주변을 걷고 있었다. 요즘은 저런 모습이 왜 이렇게 부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네. 저런 서로의 평범한 모습과 일상을 당연한 듯이 내 인생에 한 기억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은 많이 든다. 신혼여행으로 파리라, 얼마나 좋을까
됐고, 이내 나는 미리 구매한 뮤지엄패스를 사진앱에서 켰다. 나는 혼자 온 남자 여행객이기 때문에 아주 전투적으로 여행에 임할 것이다. 뮤지엄패스로 입장 가능한 관광지의 목록을 살펴보니 오늘의 즐겨찾기 동선 중에 개선문이 겹쳤다. 지하철로도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개선문에 가기만 하면 그때부터 계속 도보로 이동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에펠탑을 뒤로하고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으로 향했다.
에펠탑 근처의 역에서 6호선을 타고 7분 정도 지나 Charles de Gaulle-Etoile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출구를 내리자마자 보이는 에투알 개선문. 네이버 검색해 보니 '파리의 여성미를 한껏 뽐내는 것이 에펠탑이라면 개선문만큼 남성적인 건축물은 없다.'라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에펠탑이 곡선 일면 개선문은 직선이었고 직각이었다. 정말 거대했고 균형 잡힌 비례감 덕분인지 안정감도 느껴졌다. 더욱이 에투알(별 모양의 교차로) 한복판, 중심에 우뚝 서있는 모습 때문인지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평일 오전이라 그렇게 많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바로 옆 샹젤리제 거리에서 꾸준히 사람들이 개선문으로 오고 가고 있었다. 사람이 붐비기 전에 얼른 개선문 전망대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