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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Sep 29. 2021

#08. 직장인이 글을 쓴다는 것

생각을 정리할 때 이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다.

브런치 글을 꽤 많이 쉬었다. 갑자기 많아진 업무량과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느라 어떤 글을 써야될 지 막막했다.


18년 초에 입사했으니 이 일을 한 지도 어언 4년차에 접어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버거웠고 내 위에서 짓누르는 것 같았던 일도 지금은 내가 오히려 일의 위에서 요리조리 주무르는 듯한 느낌이다. 버티고 버티다보면 되는 걸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이다.


우리 회사는 성수기에 접어들었다. 사실 백신접종에 따른 휴가때문에 성수기 훨씬 전부터 사람을 뽑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마무리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필요인원은 늘고 채용인원은 한없이 부족하다. 스텝들이 현장에 들어가 생산을 도와주고 있고 그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갑자기 생산직 아르바이트의 요청인원이 23명 추가되었다. 그리곤 왜 빨리 뽑아주지 않느냐며 매일 팀장님에게 하소연한다. 2달 전까지 생산직 정규직의 새로 채용해야 할 인원은 퇴직 대체 인원인 2~3명에 불과했는데, 1달만에 17명이 되었다. 그리고 어제 3명이 또 추가되었다. 정규직을 1달만에 10명 이상 뽑을 수가 있는 걸까? 인사팀에서 사람을 뽑아주지 않아 결품이 난다는 이야기는 코로나때문에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 만큼이나 관용어가 되었다. 소화하지 못할 물량을 준 담당자의 잘못인지, 인원 관리를 잘 못한 생산팀의 잘못인지, 사람을 제때 안뽑아준 내 잘못인지... 매년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요즘은 많이 지친다.


그 스트레스로 내 표정이 안좋아서인지 몰라도 원래 많이 없었던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안좋은 일은 왜 동시에 벌어지는 지, 원래 나를 괴롭히지 않았던 사람들도 요즘에는 나를 괴롭히는 느낌이다. 어이없게도, 정수기 업체의 미납 관련된 미숙한 대응 (내 생각엔...) 관련한 일 때문에도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말이 안통하는 사람과의 일 처리가 이렇게나 힘들구나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순간이었다.




이런 마음상태일 때 글을 쓴다는 것은 아마 하소연하고 싶지만 내 힘듦은 알리고 싶지 않고,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이러한 이야기로 내 어두운 기운을 전달해주고 싶지 않을 때 하는 마지막 행동이다. 일기보다 적나라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플랫폼에 글을 쓰는 것 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보고 공감해주는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역시 큰 위로가 된다. 글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시간은 흘러가고, 언젠가는 필요인원이 모두 채용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사람과의 스트레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질 것이고 시간이라는 강력한 용매제가 내 기억을 조금씩 희석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결국은 다 해결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알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나도 알지만, 힘드니까 그 힘듦을 떨쳐버리는 것이 힘들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도망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퇴사가 쉬운 것도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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