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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May 29. 2022

#17. 간단한 공인노무사 1차시험 후기

5월 14일 토요일.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가니?' 라는 어머니의 외침을 뒤로 한채 밖을 나섰다. 1월부터 준비했던, 아니 인사팀을 입사하고부터 어렴풋이 생각했었던 그 자격증 시험을 보러가는 길이었다. 


공인노무사.


2019년, 한 차례 준비를 위해 책을 사고 노동법1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면서 준비했던 순간이 있었지만 더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그리고 2022년, 영어시험의 만료를 한달여 앞두고 1차시험을 치르러 간다. 코로나19 때문에 인사팀에서 주관할 무수한 간담회 (간담회라고 쓰고 술자리라고 읽는다.)가 취소됨에 따라 생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에 대한 답이었다.


시험 직전 두달여간은 하고싶은 모든 것을 끊고 시험준비에 썼다. 헬스장도, 영어회화학원도, 독서도. 시험 일주일 전까지 민법과목은 과락이었고 이틀 전에는 나를 응원하던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했다. "그냥, 편하게 볼게."


편하게 볼게, 라는 말을 어찌나 되뇌었던 지 모른다. 떨어졌을 때의 위안삼으려는 주문이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다른 과목은 얼추 괜찮았지만 이 놈의 민법때문에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1차 시험은 합격률이 50%는 된다던데, 2명중에 한명은 붙는 시험이라던데, 떨어지면 너무 슬프고 자존심 상할 것 같았다. 혹시 다른 길은 없을까? 커뮤니티를 뒤적여보았으나 상처뿐인 댓글만 눈에 보였다.



내가 개나소나도 안될 사람일 것 같아 너무 불안했다. 그냥 나중에 노동대학원이나 MBA를 준비해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쨌든 불안하니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당일, 평소보다 이른 주말을 애써 만끽하며 차를 몰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그래도 시험인지라 어느정도 준비는 해갔다. 시험장에서 볼 모의고사 오답노트, 시험장 주차가능 여부 등등. 다행이 시험장 안에 주차는 가능했고 내 수험번호를 찾아 내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시험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시험을 시작했다. 그래도 시험장에 들어서니 어쨌든 최선을 다해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민법은 가장 나중에 푸는 것으로 남겨두고 쭉쭉 문제를 풀어나갔다. 11시 35분, 시험 종료 안내를 끝으로 약 5개월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대장정이라고 할 수 있나? 뭔가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해야하니까 억지로 한 것 같은 그런 헐거움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시험을 볼 정도의 공부는 했구나, 라는 위안을 하며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가채점 결과 한번도 40점을 넘지 못하던 민법이 64점이 나왔다. 엉? 잘하면 합격할 수도 있겠는데, 라는 생각으로 쭉쭉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경영학이 48점이 나왔다. 하지만 노동법1에서 80점을 맞아 평균을 끌어올렸고, 결과는 총점 312점으로 평균 62.4점. 합격이었다. 경영학은 표준점수로 환산한다고 했지만 50점 미만일 경우에는 오히려 점수가 높아진다는 커뮤니티의 글이 다수였다. 내가 어이없이 마킹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일단 합격이었다. 


1차시험의 합격은 6월 중순에 나온다. 수험표를 지참하지 않고가서 수험번호를 틀리게 마킹해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기억이 났다. 설마 수험번호를 잘못 마킹하지는 않았겠지? 어쨌든 시험은 끝났고 가채점은 합격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업무적으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어 밀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나저나, 2차시험은 합격률이 거의 8%라던데, 그래도 준비해야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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