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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Jun 11. 2022

#18. 인사야 일 좀해라

블라인드를 보다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댓글

요즘 블라인드를 보다보면 가장 많이 보게되는 댓글이 있다. 


"ㅇㅅ야 일좀해라" (ㅇㅅ은 '인사'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추측)

"인사는 무조건 고과 A 준다는데 개빡치네"

"할일없이 감시하고 눈치주는 게 얘네들 종특이냐?"


블라인드 앱 안에서 일 안하는 부서의 대명사처럼 되어가고 있는 인사팀. 내 지인들도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해당 발언의 피해자(?)로써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가며 일을 해야 되는 지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발언들을 귀담아 들어야 되는 이유는 구성원의 불만이 인사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최근 모회사에서 인사제도를 개편하면서 상당히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직급이 통합되었고 승진제도가 개편되었으며 보상정책또한 상당히 많이 변하였다. 골자는 최고 인재에게 최고 보상을 주겠다는 것이지만 이 최고 인재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아 이번 제도개편에 대해 갑론을박이 굉장히 많았다. 


거의 20년 만에 인사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주된 이유는 꾸준히 쌓여온 구성원들의 불만때문이라고 한다. 연공서열에 따라 평가를 매기는 악습이 만연했고 나는 일을 많이 하는데 왜 승진해야한다는 이유로 저사람의 평가를 잘줘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해당 제도로는 더이상 미래를 위한 인재를 채용하지도, Retention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그래서 과감히 개편하게 되었다. 결국 이런 큰 제도 개편의 내막에는 구성원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예전에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던 누군가는 "너네는 말만하고 왜 하질 않냐. 매일 기다리라고만 하고" 라며 "인사는 일을 안해"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때가 있었다. 최근 간부급들의 업무태만으로 사원, 대리급의 불만이 증가했던 시기에 했던 발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의 직무 변경, 부서 이동 등의 인사발령이 쉬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실제로 사람을 움직여야되는 인사팀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정말 업무가 태만한 것인지,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지, 그 대안이 실행되었을 때 본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 등등. 회사의 월급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많은 구성원들은 인사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 밖에 없고 그 부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가장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그 과정이 일을 안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인사팀 내부에서도 답답한 일처리로 눈총을 받는 분들이 있다. 팀 내에서 보더라도 답답한데 타팀에서 바라볼때는 어떨까. 특히 구성원들이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복리후생이나 급여 업무에서 이런 답답한 업무처리가 이어지면 그때는 바로 반응이 온다. "일처리 엉망으로 한다." 이런 업무처리로 일 안한다는 발언을 듣는 것은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다.


일 안한다는 발언을 듣지만 그럼에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 인사의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 과정을 참고 인내하는 것, 바로 앞의 편함을 추구하지 말고 몇 년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 인사가 가져야 하는 덕목이지 않을까. 제도 개편이라는 굵직한 프로젝트와 제도 도입을 위한 검토자료 작성, 그러면서 루틴한 인사지표 관리, 더해서 정규직과 단기직을 채용해야하고 원거리 사업장의 도급사 관리까지...... 나는 일을 안하는 게 아닌데 일을 안하는 부서로 공개적으로 저격받는 것이 억울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감내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인사팀의 숙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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