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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n 16. 2022

#19. 한 일자리관련 기관과의 아름다운(?) 이별  

지금까지 수고했고, 당분간은 보지말자.

"나이는 00세 이고예~ 외국인인데 어떻게 안될까예~?"

"저희 외국인은 안되고 우리나라 국적이 있어야 되서요......"

"아이고~(한숨) 거기가 너무 조건이 까다로워서...너무 찾기가 힘들어요~. 이 근방에 그 조건 만족하는 분 많이 업심더.(한숨) 한번 계속 찾아볼게예~"


(뚝-)


한 기관에 생산직 사원 구인요청을 했을 때 특정 담당자와 전화하면 항상 저런 식의 대화로 끝이 난다. 어쨌든 공공기관이라는 생각에 커뮤니티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같아 매 달 받는 채용박람회 행사 신청 요청 메일에 응하는데 우리의 지원요건을 깡그리 무시하는 투로 답변하고서는 한숨을 쉬며 끊는 저 태도에 순간적으로 욱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 000님 안녕하세요. 00센터 통해서 이력서 받아서 전화드렸습니다. 000이라는 회사인데요."

"어디요?"

"000회사요."

"아, 혹시 정규직인가요?"

"아니요, 계약직인데요."

"아 저는 정규직를 찾고 있는데 그 기관에 전화했더니 여기 한번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어요."

"아... 저희는 계약직을 찾고 있습니다."

"아 그럼 안되겠네요. 수고하세요~"


(뚝-)


몇번을 이런 전화만 받아서 좀 더 알아보니 일단 지원해보라는 '아님 말고 식의' 담당자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또 가장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채용박람회 홍보 메일이 와서 바로 신청 메일을 보냈다. 홍보 문구에는 '내부 선별을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행사를 진행할 회사와 동행면접 행사를 진행할 회사를 뽑는다.'고 했는데, 우리 회사는 생산과 공무를 채용해서 그런지 메타버스 행사는 이용할 수 없었고 동행면접만 참석할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 "우리도 사업을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공적인 행사가 아니었나?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직무의 특성상 수긍할 수 밖에 없어 일단 진행을 요청드렸다. 동행면접은 2주 뒤 금요일이었고, 그때까지 이력서가 있다면 그때그때 보내드리겠다는 답변도 함께 받았다. 1주일 뒤, 받은 메일은 어이없게도 내가 알려드린 채용요건과는 하나도 맞지 않는 분들의 이력서였다. 성별도, 학위도 달랐다. 바로 채용요건을 다시 설명드리면서 회신을 드렸다. 죄송하지만 알려드린 요건과 맞지 않은 분이라고. 그리고 약속한 동행면접 행사날이 다가올 때까지 어떠한 메일도, 유선연락도 받을 수가 없었다.


해당 행사 신청하고 몇일간은 담당하는 분께서 자주 전화가 왔다. 내가 출장중이기도 하고 자리에 없고 해서 통화가 원활하지 않았는데 한번 받을 때마다 "아이구, 전화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전화를 못받았나? 어쨌든 못받는 것은 나였기 때문에 사정을 얘기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몇번을 받을때마다 같은 내용을 이야기해서 약간은 기분이 상했었다. 그래서 전화를 안한건지, 동행면접이라는 행사 자체가 면접자가 회사로 가던지, 인사담당자가 해당 기관으로 가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진행하는 행사기 때문에 그날은 스탠바이하고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였는데 결국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지원자가 없어서 그랬나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뜬금없이 2주 뒤에 이력서 한 부가 메일로 수신되었다. 요청하신 00직무에 지원한 분의 이력서라고.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지원요건에 맞지 않는 분이었다. 그 메일이 수신되기 한 주 전에 같은 기관에서 6월 채용박람회를 실시한다는 메일이 왔었는데, 신청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이러한 몇 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해당 기관과는 당분간 어떠한 행사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했다. 내 나름대로는 "그래, 여기까지 하자. 고마웠다."하며 아름다운(?) 이별의 의식을 마음속으로 거쳤다. 상대 회사의 인사제도와 사업구조를 존중하지 않는 기관과는 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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