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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Mar 26. 2023

내 첫 노래곡 발매기(2)

내 좁은 음악 네트워크의 한계를 느끼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450만원이었다. 두곡 작업하는 기준이었고 모든 비용, 그러니까 연주자 세션비, 녹음비, 후반작업비 등등을 모두 포함하는 금액이었다. 처음하는 일이라 비교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초보자처럼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내 성격상..) 수많은 고민이 이어졌고, 말없이 은행의 모바일 앱을 뒤적여본 나는 '하자!'라고 결심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나를 괴롭히는 '음악'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일찍 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음 단계를 밟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투자라고 생각했다.


곡은 있으니 편곡에 대한 방향을 결정해야했다. 그래도 내가 작곡가인데 모든 방향을 편곡가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정규직 입사 전 잠깐 다닌 회사 월급과 퇴직금을 모아서 산 장비가 이제서야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맥북과 키보드, 그리고 로직으로 내가 생각하는 편곡을 데모로 작업해서 보내드렸다. 사실, 나는 미디로 하는 것도 염두해두었는데 내가 컨택한 스튜디오는 나에게 따로 선택지를 주지 않고 당연히 '리얼'로 추진했고 그래서 돈이 많이 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래서 최종 확정된 편곡과 필요한 세션은 아래와 같다.


곡1 : 피아노, 보컬, 클라리넷, 스트링(쿼텟), 드럼, 베이스

곡2 : 피아노, 보컬, 스트링(쿼텟), 드럼, 일렉기타


자, 피아노는 내가 한다 치고 클라리넷은 고맙게도 성당에서 인연을 맺은 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보컬은 내가 부르려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섭외 요청을 드렸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외부 세션이다. 말하자면, 다 돈이다. 사실, 이렇게 겁없이 편곡한 것은 스튜디오 대표님의 오랜 네트워킹을 통해 조금이라도 돈이 덜 드는 형태로 섭외와 녹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너무 감사합니다...) 내가 알기로는 모두 프로 연주자고, 나중에 검색해보니 시립 오케스트라 단원이기도 한 분이라서 사실 고맙기도 했지만 너무 부끄러웠다. 내 곡이 뭐라고...


이렇게 편곡의 방향이 결정되고 난 다음 나의 역할은 보컬이었다. 사실 보컬이 정말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곡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보컬이 톤과 실력에 따라 노래가 아마추어가 만든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정말 프로의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네트워킹과 예산으로는 알만한 프로 보컬을 섭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내 고등학교 동창과 섭외받은 실용음악 전공 학생을 추천받았다. 


내 고등학교 동창은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음악과 인연을 아예 끊은 것은 아니라서 어렵지 않게 섭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임감도 있는 친구라 걱정이 없었지만 문제는 섭외받은 학생이었다.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매하는 것이니 적극적으로 연락하면서 진행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 반대의 느낌이었다. 가이드 파일을 보내고 본인의 키를 피드백해준 것 까지는 좋았으나 2주동안 그 어떤 연락도 없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연습한 곡을 보내달라는 문자를 하고서야 '파일이 녹음실에 있는데 주말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때 보내드리겠다.' 는 답변을 받은 것이 다였다. (이 말을 나는 '당장 녹음한 것이 없으니 녹음실 가서 녹음하고 보내드리겠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리고 어쨌든 내가 선택한 분이니 주말까지 기다렸다 받자는 마음으로 한번 믿어보았으나, 주말에 받은 파일은 전혀 연습한 티도 나지 않았고 '키가 너무 낮은 것 같은데 괜찮나요?' 라는 내 피드백에 이제서야 '네.. 조금 높여야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저 느낌표가 어찌나 짜증나던지. 결정을 해야했다. 이 분으로 계속 가야할 지 다른 보컬을 섭외해야 할 지. 다른 보컬을 섭외하려면 또 시간이 들어가고 어떤 사람일 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리스크가 컸다. 내 좁은 네트워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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