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시 시작해보고자 한다.
요즘은 그냥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다. 5년만에 바뀐 직무는 나를 '제발 사고만 치지 않았으면 좋겠는' 사고뭉치 신입사원으로 만들었다. 평가와 보상. 그 두가지의 단어 안에는 수십가지의 업무와 새로 배워야 할 법과 규정들이 즐비했다. 그것도 내가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이 90%였다. 정말 다행인건,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했던 업무 중에 급여관련 업무가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 계약직 업무 안에 급여지급도 포함되어 있어 정말 다행스럽게도 업무 적응이 만약 이러한 업무를 하나도 안했을 때보다는 1.5배 정도 빨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수십가지의 업무 중에서도 매월 하는 루틴한 업무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이기도 한 것이 결산이다. 각 부서가 쓰는 예산 중에 단일 계정으로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와 복리후생 비용이고, 특히 복리후생이 많은 회사라 정말 많은 비용을 처리해야 하는데 혹여 누락하는 것이 있을까봐 항상 노심초사하게 된다. 누락해서 다음달로 이월하게 되면 고스란히 다음달 손익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건비도 마찬가지. 처음 인수인계 받을때는 단순히 인건비만 결산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그에 따른 제수당인 퇴직충당금, 4대보험 회사분 비용과 예정원가로 깔아놓은 연차수당 정산을 위해 한 달동안 사용한 연차도 관리해야했다. 사실 관리라고 해봤자 전표치고 자료를 재무팀에 보내주는 정도지만 원래보다 거의 10배 정도 늘어난 결산업무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벅차고 힘들었다. 우울하기도 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런 업무를 맡았을까.
요즘 글을 쓸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시험공부와 새로 맡은 업무의 적응, 그리고 그 업무 중 아마 '메인 업무'라고 할만한 '연봉조정'까지 꾸역꾸역 해내려니 몸도 마음도 참 힘들었다. 하나를 하면 하나가 막히고, 물어보고 해냈다 싶으면 또 다른게 튀어나오면서 처음부터 다시해야하는. 그리고 결국 실수해서 뭇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아야 했던 그런 여러가지 일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도 업무를 본격적으로 맡은 지 어언 3개월 정도가 지나니 이제야 나무에서 숲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면서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내가 업무하는 것들과 실수했던 것들. 그리고 그 와중에 배운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준비하는 시험 공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 '부캐'인 음악까지 하나하나 작성해서 기록해보고자 한다.
얼마전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계정을 지운건 아니지만 지금 내 답답한 상황에서 인스타그램의 넘치는 세상의 활력을 소화하려니 여간 부대끼는 게 아니라서 앱만 삭제했다. 삭제하니 강제로 볼 수가 없었고, 그래서 더욱 더 나를 한번 더 바라보게 되었다. 결국 나의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욕심이 자연스레 생겼다.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새롭게 업무를 맡기도 했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버텨볼 것이다. 해야할 것을 꾸역꾸역 해내면서. 이 기록이 하나하나 쌓이게 되면 그 끝에는 한단계 성장한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