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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Feb 04. 2024

결국 회사일은 어찌어찌 해결되니까(2)

일단 전표를 쳤던 재무팀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아파서 병원에 갔던 재무팀 동생은 내 이야기를 듣고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지금 다시 출근할까?" 내 물음에 괜찮다고 일단 내일 처리하자며 끊었다. 파일을 최종적으로 작성한 급여 아웃소싱 담당자에게 연락하니 바로 전화가 왔다. "어디가 잘못되었어요?"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생각보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럼 내일 추가되는 금액이랑 사번 알려주세요." 하며 끊었다.


오후7시. 품의며, 전표며 모든 것을 다 마무리 짓고 돈만 나가면 되는 상황에 발생한 '사고'였다. 결국 내가 '제외기간'을 잘못 설정하여 벌어진 오류였고 출근하는 즉시 바로 잡아야 했다. 인센티브 작업하는 와중에도 내 자리에 와서 '아무튼 계속 확인해야해.', 품의 결재하는 순간에도 '결재해도 되는 거 맞지?'라며 나에게 이야기했던 팀장님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니요 팀장님... 결국 저는 틀리고 말았습니다.


길고 긴 하루가 지나고 아침. 어제 나 대신 서류를 확인해주셨던 과장님이 살짝 언질을 해서 그런지 출근하자마자 나에게 '이야기는 들었고, 얼른 뭐가 잘못됬는 지 보고해.' 라는 짧고도 무게있는 지시가 떨어졌다. 출근 후 뭘 어떻게 해야할 지 어느정도는 시뮬레이션을 그리고 있던 터라 바로 노트북을 켜고 수정 전과 수정 후의 금액 차이, 그리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 지를 간단히 정리해서 보고했다. 


'결국 휴먼 에러네?'. 


네 맞아요. 제가 숫자 하나를 잘 못 쓰는 바람에 모든 것이 틀어졌습니다.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미 인사팀 뿐만 아니라 집행해야하는 재무팀에도 숫자가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다. 재빨리 급여 아웃소싱 담당자에게 수정 금액을 보냈더니 바로 추가 인센티브 품의가 올라왔다. 재무팀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전표를 쳤고, 자금 이체파일을 수기로 수정해 자금 담당에게 송부까지 한 시간은 오전 9시 반. 보통 열시에 자금이 집행되니 어느정도 빠르게 수정이 된 셈이었다. 그 사이 팀장님은 대표님에게 찾아가 인센티브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러 올라가셨고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니 저 멀리서 들리는 외침.


'이제 됐나~? 나 사인해도 되지?'


재무팀장님의 외침. '돈 나간다음에 잘못되면 방법 없다. 진짜 사인해도 되지?' 집행 전 마지막 사인을 앞두고 있는 재무팀장님에게 자신있으면서도 자신없어하는 표정과 고갯짓으로 '네...'라는 한마디를 했고, 10분 뒤 통장에는 인센티브가 지급되었다. 이제는 틀려도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날이 금요일이라 주말이 지나 월요일 출근때까지 인센티브에 대한 추가 연락은 다행이 없었다.


직무가 바뀌고 처음 맡는 업무. 사실 이게 핑계가 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바로 돈과 관련된 일이다. 잘못된 것 아니냐는 전화를 받고 사건이 수습된 그 1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얼마나 불안에 떨어야 했는지. 그래도 자금 집행 전에 알게 되어서 그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블라인드 앱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회사일이라는 것이 닥치고보면 해결 못할 일이 없다. 숨기지 말고 잘못을 보고하고 최대한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덮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그 댓글이 이번에는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담당자로서는 정말 큰 실수라고 생각해도 결국 조직이라는 심리적 안정감 안에서 해결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그런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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