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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Jun 09. 2024

내 세상을 넓혀준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

1시간짜리 설명회 참석이 학생들에게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Everything you love will probably be lost, but in the end, love will return in another way."

"너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아마 대부분 잃어버리게 될 테지. 하지만 결국 사랑은 다른 형태로 돌아오게 될 거야."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어보다 발견한 한 작가의 일화에서 나온 문장이다. 아끼는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앞으로의 삶은 무수한 이별과 아픔을 겪고 이겨내는 과정임을 이야기해줌과 동시에 그럼에도 삶은 사랑때문이라도 한 번은 살아가 볼만 한 것이라는 희망을 함께 선물했다. 사람은, 자신의 세상을 넓혀준 순간을 선물해준 사람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 아이는 아마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던 저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작가의 이름은 프란츠 카프카이다.)


최근 채용 시즌이 되어 나를 이어 새롭게 채용 업무를 맡은 담당자가 여러 학교의 채용설명회 일정을 잡아 알려주었다. 이제는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단상에 설 기회가 없겠지, 생각했지만 설명회 업무의 인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학생들 앞에 서기로 했다. 오랜만에 설명회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학교로 이동하면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여러 설명회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일생에 처음 진행했던 설명회를 망친 기억부터 내 한마디에 눈이 반짝였던 학생들의 표정을 보고 마음 충만해졌던 순간까지.


회사에 대한 정보와 채용 직무, 그리고 연봉이나 복리후생과 같은 처우를 이야기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더 중요한 건 구직자가 회사를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취업'이라는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커리어', 그리고 더 나아가 '인생'까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니까 떠밀려서 주변을 보지못하고 앞만보고 달려나가는 사람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 시절 나도 그랬다.) 잠깐 숨을 고르고, 내가 왜 취업을 해야하는 지부터 곰곰히 생각하고 취업이 아니라 '사업'관점에서 취업을 생각하면 오히려 남들보다 취업이 더 빠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채용설명회 때마다 특히 이야기하는 건 그런 생각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소스를 주는 것이다. 우리 회사를 예로 본다면 그룹에서 특히 밀고있는 브랜드를 적용하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 사업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또는 왜 내부적으로 직급대신 수평적 호칭을 쓰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고 있는지 등이다. 사업관점에서 쓰는 자기소개서와 구직자 관점에서 쓰는 자기소개서는 내용의 질부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아끼는 인형을 잃어버렸던 그 아이의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몰랐으면 지나갔을 감정을 '혹시 이 감정이 작가님이 알려준 사랑일까?' 라며 뒤돌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얻었을 것이다. 나도 내 설명회를 들은 학생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취업이 아니라 사업 관점에서 취업을 바라보기를, 그래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회사의 한 직원이 아니라 사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마인드로 회사생활을 할 수 있기를. 세상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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