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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Jul 19. 2024

입사 6년 만에 떠나게 되었다.

자회사에서 모회사로, 본사에서 사업장으로.

"9월에 갈거니까 준비하고 있어요."


갑작스레, 하지만 예상했던 팀장님과의 면담 첫 마디였다. 너도 예상하지 않았냐. 시기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는 걸. 처음 나에 대한 거취 이야기가 나온 것은 1년 전 쯤 이었다. 팀장님은 구성원의 성장에 정말 진심인 분이었고 '깜냥'이 보이는 구성원이 있다면 과감하게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리더였다. 그리고 팀장님 머릿속, 그 '깜냥'있는 구성원 중의 한명이 나였던 것 같다.


갈 곳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들은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1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내 전출 발령은 모회사의 본사, 내년 하반기, 12월... 로 여러 이야기가 오가더니 결국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모회사의 사업장으로 발령이 '거의' 결정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레퍼런스 체크가 오갔던 것 같다. 항상 떠나가는 사람만 보다 막상 내가 간다고 생각하니 싱숭생숭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서울의 본사를 가는 것이 나에게는 제일 좋은 상황이었겠지만 사업장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복잡한 것이 사실이었다. 제조 사업장의 인사는 8할이 조직문화 업무일텐데, 그리고 그 조직문화라 함은 '술'이 빠질 수가 없을텐데. 내가 갈 그 사업장의 누군가는 월화수목금 모두 술자리에 참석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내가 그 곳에 가서 버틸 수 있을까? 심란해졌다.


아마 내가 입사하고 처음일 것이다. 회사 분하고 1:1로 저녁식사를 했던 것. 또 그 처음의 대상이 팀장님이었다. 출장 갈때마다 기차표를 끊어드렸는데 그게 고마워서 밥을 산다고 장난처럼 이야기했던 것이 정말 진심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어떤 구실일 수도 있고. 돼지갈비에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는 내 발령에 대한 뒷얘기를 듣고 싶어 여러 질문을 건냈고 팀장님은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모르는 것이 낫다는 듯 뭉뚱그려 대답하셨다. 그리고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그 곳의 예상되는 조직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기보다 조직이 크기 때문에 부서 이기주의가 더 심할 수 있다. 그리고 부서 내에서도 있을 수 있다. 친하게 지내기 위해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거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너가 본사를 바로 못간 이유는 모회사의 특별한 조직문화를 겪지 않고 갔을 때의 리스크 때문이다. 등등


입사 6년 만에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직전이다. 한달 반정도 뒤면 나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환경에서 이 글을 쓰고 있을 것이고 아마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용의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같은 직무로 가는 것이지만 나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다. 지금의 조직과는 정말 다를 것이라는 것을. 적지않은 나이가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신입이 아니니 그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온갖 '만약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불안하고 설렌다. 무서우면서도 궁금하고, 굳이 가야될까 싶으면서도 갔을 때의 내 모습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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