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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l 03. 2021

#01. 생애첫 인사팀면접(Ssul) (1)

난 정말 인사팀에 입사할 수 있을까?

나는 취업준비기간에 비해 면접을 많이 본 케이스가 아니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이 서류통과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면접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라는 질문에 많은 면접자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면접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하튼, 나도 면접만 보게 해 준다면 저렇게 이야기해야지! 라며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썼지만 정말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병원 인사팀을 퇴사하고 7개월이 지났을까, 한 회사에서 서류합격 문자가 왔다. 강남에 본사를 둔 회사였는데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다. 그런데 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이 내 인생 첫 면접이라니. 취업 컨설턴트 분이 정말 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을 잘 보기 위해 조그만 회사라도 면접 경험을 꼭 쌓아보라고 하셨는데... 어쨌든 첫 기회에 잘 될 수도 있으니 바로 질문지를 만들고 회사 연혁을 외우고 인재상을 달달 이야기하고 여하튼 내 생각에 외울 수 있는 건 전부 다 외워서 면접장에 갔다.


대기업 공채 면접은 이렇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면접장소였다. 회사 본사 지하에 있는 콘퍼런스 홀(?)을 통째로 빌려 의자를 배치했고 인사직무 외에 영업, 마케팅, 생산관리 등등 수많은 직무의 면접자가 계속 호명을 받으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 이름에 사인을 하고 명찰을 받고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면접 시작까지 회사의 일대기를 담은 3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무한 반복하며 멍하니 있었다.


남들은 다들 나름대로 준비한 질문지, 자료를 보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어떤 시험이든 뭐든 나는 그 당일에는 사실 뭘 봐도 눈에 잘 안 들어와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혼자 차분히 생각만 하는 스타일이다. 당일에 뭘 들고 오는걸 귀찮아하는 성향도 한 몫했다. 동영상의 내용과 음악을 거의 다 외우다시피 봤을 때 채용 담당자인 듯한 분이 앞으로 나와 궁금한 것은 있는지, 채용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나도 곧 저렇게 회사에 오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회사 소개하는 날이 오겠지..? 합격하면 내 직속 선배님이신가..? 그럼 눈을 좀 더 초롱초롱하게 떠볼까...? 여러 생각을 하다가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인사직무 면접자 손들어보세요!"


보통 몇 번부터 몇 번 나오라고 하던데 인사직무는 그냥 인사직무 면접자 오라고 하는 걸 보니 서류 합격자가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최종 합격자도 1명이겠지..? 나포함 총 6명이 손을 들었고 인솔자의 걸음걸이에 맞춰 면접 대기장소로 이동했다. 


"여러분만 저희가 근무하는 사무실 안에서 볼 거예요."


말로만 듣던 사무실을 조금이라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가니 건물의 규모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작은 공간에 파티션으로 구분된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많은 분들이 분주하게 자기 업무를 위해 돌아다녔고 나는 괜히 걸음걸이에 따라 홱홱 움직이는 사원증에 시선이 갔다. 저 목걸이를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야 할까... 저걸 매고 강남 한복판을 나설 때의 기분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짜릿하겠다.. 오만 잡생각이 들었다. 곧 우리의 면접 대기장소인 탕비실 같은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 전 조의 면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기다리니 자연스레 서로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꼭 이런 모임에는 이렇게 뭔가 진행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본인도 면접자면서 갑자기 우리 조의 진행자가 되어 갑작스럽게 시작된 소개 타임. 그런데 다들 전공을 이야기하네? 다들 경영학, 경제학 등등 상경계열이었고 '저는 화학과고요.'라는 말에 다들 나를 놀라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호기심 어린 눈빛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서류를 어떻게 붙은 거지?'라는 신기한 눈빛인 것 같기도 했다. 진행자는 그 뒤 본인의 지금까지 커리어를 이야기한다. 어디 인턴이었고 어디 다니는 재직자인데 뭐 때문에 이직하려 한다 등등. 그러면서 본인의 실무지식을 툭툭 무심하게 던지는데, 난 정말 몰랐다. MBO는 뭐며, KPI는 뭔지. 하,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헛것이었나? 이렇게 전공지식이 풍부해서야 원. 그때 인솔자분이 오셔서 우리의 긴장을 풀어줄 겸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직무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나라 노조 단체는 몇 개가 있죠?"

"MBO를 아나요? (이 분도 이 단어를 물어보네? 도대체 뭐지)"


난 단 한 개도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고 다들 본인들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게 면접이 아닌 면접 대기 때 받은 질문이다.) 그리고 질문한 분의 답변이 이어졌는데 그 답변을 들으며 내가 얼마나 면접 준비 방향이 틀렸는지 알 수 있었다. 난 직무 전문성보다는 '화학과인데 왜 인사팀에 지원했죠?', '공백 기간에는 뭘 했나요?' 같은 이력서 위주의 질문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다. 실제로 이걸 제일 궁금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으로 주눅 들어 있을 때 인솔자의 입장 준비 호명이 들렸다. "자 이제 준비하세요!"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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