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뇌도 잘 살아간다

by 장기중
나만 왜 이렇게 오래 고민할까?

"그 정도면 그냥 결정하지, 왜 그렇게 오래 고민해?"
"그런 걸로도 걱정이 돼?"

살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가족, 친구, 동료들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 정도는 그냥 넘겨도 되는 거 아냐?' 하고.

그 말에 상처받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마 당신은 이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메시지 하나 보내기 전에 몇 번이나 문장을 고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며칠 동안 마음에 남아 있고, 선택 하나에도 오래 망설이는 사람. 사소한 결정이 머릿속에서 큰 무게를 갖고 떠오르는 사람.

그리고 가끔은 스스로도 지치곤 한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생각할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하지만 그런 고민조차도,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당신의 뇌는 어쩌면, ‘신중하고 복잡하게 작동하는 방식’을 기본값으로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




뇌는 왜 작은 고민을 오래 붙잡을까?

어떤 문제는 너무 작아서 말로 꺼내기 민망할 정도다.
말투가 조금 딱딱했을까?
카톡 이모티콘을 붙였어야 했을까?
그때 내가 웃지 않아서 기분 나빴을까?

그러나 그 작은 일이 하루 종일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생각이 나고, 감정이 따라붙고, 상황을 되새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뇌는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 기억, 자기 이미지까지 모두 총동원된다.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이런 상태에 빠졌을 때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와섬피질(Insular Cortex)이 활성화된다 [(Ray et al., 2005)]. 이 영역들은 단순한 정보 처리 이상을 다룬다. 감정적인 평가, 자기 인식, 몸의 감각적인 반응까지 포함한다. 즉, 뇌는 그 사소한 고민을 단순한 판단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연결된 감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모두가 같은 정도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뇌는 빠르게 판단하고 흘려보내는 데 능숙하고,
어떤 뇌는 더 천천히, 더 깊이 정보를 소화하며 연결짓는다.
이건 ‘예민함’이라기보다, 정서적 민감성에 기반한 정보 처리 스타일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런데 큰 고민은 왜 빨리 결정하게 될까?

놀랍게도, 정작 인생을 좌우할 만큼 큰 결정 앞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몇 년을 일한 직장을 그만두기로 하거나, 오랜 관계를 정리하기로 하거나,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기로 할 때. 그런 순간에 오히려 우리는 ‘느낌’에 따라 빠르게 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이제는 그만둘 때야.”
“설명은 어렵지만, 이게 맞는 선택 같아.”

이는 의사결정이 뇌에서 얼마나 복잡한 회로를 거치는지를 보여준다.
큰 결정을 앞두고는 뇌는 단순히 좌우 비교를 하지 않는다.

해마(hippocampus)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불러오고,

편도체(amygdala)는 감정 반응을 통해 긴장과 불안을 만들고,

배외측 전전두엽(DLPFC)은 각 선택지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전측 대상피질(ACC)은 갈등과 충돌을 조율한다.

이처럼 수많은 회로가 동시에 작동하면 뇌는 곧 피로를 느낀다. 그리고 그 피로를 줄이기 위해 ‘직관적 확신’이라는 결론을 빠르게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회피가 아니라, 뇌가 오랜 연산 끝에 만들어낸 에너지 효율적 전략일 수 있다.

카너먼의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사고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다.

System 1: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 — 직관, 본능, 감정

System 2: 느리고 논리적인 사고 — 분석, 평가, 계산

작은 고민은 System 2가 과하게 개입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큰 고민은 System 1이 나중에 결정을 마무리짓는다.
즉, 우리는 큰 결정을 ‘덜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무의식적으로 ‘충분히 시뮬레이션해온 사람’일 수 있다.




고민이 많은 당신의 뇌는 잘 작동하고 있다

당신은 혹시, 자신을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고민이 너무 많고, 판단이 느리고, 확신이 없다고 여긴 적은?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보자면, 당신은 단지 ‘결정’보다 ‘감정과 정체성을 포함한 평가’를 중요시하는 사람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뇌는 항상 잘못된 것이 아니다. 뇌는 감정과 판단을 나누지 않는다. 감정이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당신에게 그것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뇌는 그만큼 많은 회로를 가동시킨 것이다.

반대로 큰 고민을 빠르게 정리했더라도, 그것은 그 결정이 당신 내면에 이미 오랫동안 쌓여 있던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이미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떠올려봤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고민 많은 뇌도 잘 살아간다

그러니 다음번 누군가가 말한다면,
“그런 걸로 아직도 고민해?”
“또 괜히 머리 아프게 생각하는 거야?”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보자.
“응, 그게 내 마음의 방식이야. 그리고 그 방식도 괜찮아.”

당신은 고민을 사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미를 사서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삶의 모든 장면에 조금 더 정서적으로 닿고 싶은 사람,
모든 선택에 조금 더 책임지고 싶은 사람.

그건 귀찮은 성격이 아니라,

그런 방식이 오래도록 당신을 지켜주는 방법임을 직관한 우리 뇌의 선택이다.

다시 한 번 외쳐보자.

"걱정 마라. 고민 많은 뇌도 잘 살아간다!"



� 참고 문헌

Ray, R. D., et al. (2005). Individual differences in trait rumination and the neural systems supporting cognitive reappraisal. Cognitive, Affective, &Behavioral Neuroscience, 5(2), 156–168.

Addis, D. R., Wong, A. T., &Schacter, D. L. (2007). Remembering the past and imagining the future: common and distinct neural substrates during event construction and elaboration. Neuropsychologia, 45(7), 1363–1377.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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