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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중 Nov 21. 2020

부모님의 치매가 걱정된다면
걸음걸이를 보세요

(1)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 (Timed up and go test)

'내가 기억력이 떨어져서 왔는데 아직 치매약 먹을 때는 아니라고 하네. 위험하면 오라고 하는데 그럼 언제 오라는 거야?'


보건소 내 치매 안심 센터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치매 환자를 주로 보는 병원 진료실과 달리 기억력 문제만 호소하는 어르신들을 더 많이 만납니다. 이분들은 치매 안심 센터에 등록되어 치매에 대한 정보도 얻고 1년 간격으로 치매 진단 검사를 통해 치매 여부를 계속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르신들과 그 가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매로 진행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돌아갑니다. 물론 대학병원에 있는 아밀로이드 PET과 같은 핵영상 검사를 통해 치매 전 단계에서도 치매 위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70가지나 되는 치매의 원인 중 한 가지인 아밀로이드만 측정한다고 치매 진행 여부를 정확히 알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치매로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검사와 임상적 근거 중 오늘 소개할 내용은 의사보다 가족이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걸음걸이'에 대한 정보입니다. 치매도 뇌질환이기에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운동 기능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간단하지만 이런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검사가 있습니다. 바로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 (Timed up and go test)입니다.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Timed up and go test)는 원래 노인의 노쇠 (fraility: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드는 현상)와 낙상 위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치매 전 단계에서 보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매 위험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검사를 위해서 팔걸이의자, 줄자, 스톱워치가 필요합니다. 줄자를 이용해 의자와 3m 거리에 반환점을 표시합니다. 


1. 팔걸이의자에 앉힙니다. 필요하다면 보행 시 보조 기구(워커)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2. 평가자가 옆에서 대기하며 다음을 설명합니다. '표시한 곳까지 걸어가서, 한 바퀴 돌아, 다시 의자에 앉으세요.'
3. '출발'을 외치고 다시 돌아와 앉을 때까지 시간을 잽니다.


보통 10초가 넘으면 이상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참고로 13.5초 이상 걸리면 낙상 위험도 조심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0nqzvt9JSs&feature=youtu.be

Physiopedia 발췌 (https://www.physio-pedia.com/Timed_Up_and_Go_Test_(TUG))


뉴욕 몬테피오레 메디칼 센터의 조 베르게스 박사에 의하면 '주관적인 기억력 문제 호소(치매 검사가 아닌 본인 느낌)+느린 걸음'이 치매의 예측인자가 된다고 합니다. 조 베르게스 박사는 이런 증상을 Motoric cognitive risk syndrome (MCR,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이라 명명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 나라에서 모집한 60세 이상의 26,802명의 노인 중 2,808명의 MCR 대상자를 추려내 최장 12년 동안의 기간 동안 얼마나 치매가 발생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파란색 선은 건강한 노인, 초록색 선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노인 (주관적 기억력 감퇴), 노란색 선은 걸음걸이가 늦어진 노인, 보라색 선은 주관적 기억력 감퇴+늦은 걸음이 동시에 나타난 노인입니다. 선이 아래를 향할수록 치매 위험이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결과를 보면 '기억력이 떨어졌다'라고 호소한 노인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1.27배, 걸음만 늦어진 경우 1.77배 정도 치매 위험이 올라간 반면, 동시에 기억력과 걸음이 모두 떨어지면 치매 위험이 2.47배까지 치솟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에서 걷기와 치매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66세 노인 49,283명을 대상으로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 (Timed up and go test)'를 시행했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10 초를 기준으로 걷기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치매 위험을 비교했는데요. 평균 3.8년이라는 단기간을 조사했음에도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에서 10초 이상 걸린 그룹의 경우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1.34배 증가했습니다. 


이제 위에서 받은 질문에 답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의 부모님이 최근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고 치매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다면 산책을 나갈 때 같이 따라 나가십시오. 이제는 기억력 확인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늦게 걷지는 않는지 체크해보세요. 한 달에 한 번은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를 해보면서 점검하고 이를 관리하세요. 혹시 기억력 문제와 더불어 보행에 문제가 생긴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다음에는 걷는 자세에 따라 어떤 치매와 관련 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참고 목록)

Verghese J, Wang C, Bennett DA, Lipton RB, Katz MJ, Ayers E. Motoric cognitive risk syndrome and predictors of transition to dementia: A multicenter study. Alzheimers Dement. 2019 Jul;15(7):870-877. doi: 10.1016/j.jalz.2019.03.011. Epub 2019 Jun 1. PMID: 31164315; PMCID: PMC6646063

Shumway-Cook A, Brauer S, Woollacott M. Predicting the probabilityfor falls in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using the Timed Up & GoTest. Phys Ther 2000; 80: 896-903

Åhman, H.B., Cedervall, Y., Kilander, L. et al. Dual-task tests discriminate between dementia, mild cognitive impairment, subjective cognitive impairment, and healthy controls – a cross-sectional cohort study. BMC Geriatr 20, 258 (2020).

Ji Eun Lee, MD, MPH, Dong Wook Shin, MD, DrPH, MBA, Su-Min Jeong, MD, Ki Young Son, MD, MPH, PhD, Belong Cho, MD, MPH, PhD, Jong Lull Yoon, MD, MPH, PhD, Byung Joo Park, MD, MPH, PhD, In Soon Kwon, MD, PhD, Jinkook Lee, PhD, SangYun Kim, MD, PhD, Association Between Timed Up and Go Test and Future Dementia Onset,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 Volume 73, Issue 9, September 2018, Pages 1238–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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