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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중 Mar 05. 2021

치매가 의심되면 무엇을해야 하나

치매 검사

'치매가 의심되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요새는 인터넷만 찾아보면 치매와 관련된 다양하고,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어떤 경우에 치매를 의심하는지, 또는 언제 병원이나 전문 시설에 가봐야 하는지, 정부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등의 정보가 충분히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치매 안심 센터에서 상담하거나 병원에서 진료 시, 환자와 가족들은 의외로 무엇을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우선순위가 되는 건 치매 검사다. 그런데 워낙 검사가 다양하고, 검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하다 보니 병원에서 필요 없는 검사를 과하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비싼 검사를 받으면 다 알 수 있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그 검사를 진행하는 이유를 알면 도움이 될 것이다.


치매 검사는 크게 치매 선별 검사와 치매 진단 검사 두 가지로 나뉜다.


치매 선별 검사 = 간이정신상태검사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
치매 진단 검사 = 치매 신경인지기능검사 + 뇌영상 검사 (MRI, CT) + 혈액검사


보건소나 일반 검진에서는 선별 검사를 많이 시행한다. 많은 사람들 오해하길 선별 검사로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인지기능(기억력 등)이 문제가 있다 없다를 평가한 것이고, 치매 수준으로 떨어졌는지 여부는 정확한 치매 진단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보건소나 지역 센터에서 치매 선별 검사만 했다면, 최근 치매 국가 책임제가 실시되면서 보건소에서 직영하는 치매 안심 센터에서 이제 치매 진단 검사를 받아 볼 수 있다. 


치매 안심 센터에서는 총 3단계로 치매 검사가 진행되는데 먼저 치매 선별 검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상소견이 관찰된 사람에 한 해 치매 신경인지기능 검사를 하며, 이를 2차 검사라 부른다. 3차 검사는 2차 검사에서 치매 소견이 나오면 치매 안심 센터 연계 병원에 의뢰되어 뇌영상 검사와 혈액검사진행한다. 1차부터 3차까지 모인 결과를 갖고 최종적으로 치매 진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반 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도 똑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치매를 진단하는 치매 신경인지기능 검사*

치매 진단 검사 3가지 중 치매 신경인지기능 검사는 인지기능이 치매 수준으로 떨어졌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검사다. 인지기능을 총 5가지 영역, 즉 기억력, 집중력, 시공간능력, 언어능력, 전두엽 기능의 세부 영역으로 나눠 각각 치매 여부를 알아본다. 그렇기에 5가지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여러 검사들이 합쳐져 있고 이런 검사들을 묶어 검사 배터리라 부른다. 이런 검사들은 표준화가 되어 있어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던, 의원에서 진행하던, 치매 안심 센터에서 진행하던 똑같은 배터리를 사용하게 된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검사 배터리는 CERAD-K (the Consortium to Establish a Registry for Alzheimer's Disease-K), SNSB (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두 가지가 있다. CERAD-K는 검사 시간이 한 시간 정도, SNSB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 CERAD-K는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장점이 있고, SNSB가 가격도 좀 더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리나 포함된 검사 수가 많아 좀 더 자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치매의 원인을 찾고 감별하는 뇌영상 검사와 혈액검사*

치매를 진단했다면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원인을 찾는 것이다. 노인퇴행성으로 치매가 생긴 건지(알츠하이머 치매), 뇌졸중이 원인인지(혈관성 치매), 아니면 내과적 또는 또 다른 뇌질환으로 치매가 생긴 건지 감별하기 위해 뇌영상검사와 혈액검사를 진행한다. 이렇게 감별 검사를 진행하는 건 전체 치매 중 15%가 가역성 치매, 즉 나을 수 있는 치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RI를 찍어 뇌에 물이 차서 생기는 뇌수종이 발견됐다면 시술로 치매 증상을 낫게 할 수도 있다. 또는 혈액 검사에서 갑상선 기능, Vit B1 또는 B 12 부족 문제가 발견되면 그것을 조절함으로써 인지기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뇌영상 검사(MRI, CT)를 찍으면 치매를 바로 진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치매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뇌영상검사 상에서도 바로 발견할 수 있지만 치매 초기 단계에서 뇌 영상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치매 초기 단계를 뇌영상 검사로 확인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PET 같은 핵영상 검사 등을 활용한다. 뇌영상 검사는 치매의 종류,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치매 인지, 혈관성 치매인지 등을 알 수 있게 해주며, 해마를 포함한 뇌 위축 정도를 통해 치매의 심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치매 증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치료 효과가 어떨지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참고로 요새 치매 보험 광고를 보면 CDR이 몇 점 이상이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자주 본다. CDR(Clinical Dementia Rating)은 치매가 전단계인지, 초기 단계인지, 중기 단계인지, 말기 단계인지 평가하는 척도이다. 그리고 이를 점수화해서 표현하는데 CDR 1은 치매 초기, 2는 중기, 3은 말기 상태를 의미한다.


요새 대학병원에서는 여기에 추가하여 APOE4라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매 위험도를 평가하거나, 앞에서 언급했듯 치매 전 단계에서도 아밀로이드라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을 핵영상 검사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치매 검사는 앞에서 언급한 선별검사 + 진단검사이며, 진단검사 시 치매신경인지기능검사 + 뇌영상검사 + 혈액 검사가 핵심임을 알고 있다면 나머지 검사들은 본인이나 가족이 선택하여 추가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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