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너는 늘 조용하던 너는
언덕길을 지나 아랫마을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지.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모른 체하며 걸어갔어.
몇 날 며칠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걸어갔는데
그날 학교에서 체육 시간
짝꿍이 돼버렸다.
오늘은 철봉 매달리기
누가 누가 더 오래 매달리나.
땀으로 흥건해진 철봉에
얼굴은 자꾸만 벌벌 떨렸지.
숨이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손목은 흐느꼈다.
그 순간 바닥으로 휘청한 나에게
불쑥 내민 손
어지러워 덥석 그 손을 잡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깍지 낀 손.
부끄러워진 나는 붉어진 볼을 만지려
황급히 손을 놓았다.
철봉을 생각하니 발그레
손을 잡던 그 순간만 떠오르네.
늦은 밤까지 쿵쾅거리는 가슴을
누가 들을까 곁눈질했다.
불쑥 내민 네 손을
덥석 잡은 나를
말이 없던 너는
늘 조용하던 너는
어떤 생각으로
별밤을 보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