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년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다 갖춰야지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운동을 다니려면 pt를 끊던지 운동 회원권을 끊어야지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나의 기질적인 면을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렇게 다 갖추길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작년 출간준비를 하면서 새벽 두세 시에 자던 습관과, 저녁폭식이 건강악화를 불렀고
심한 무기력증이 스멀스멀 커지기 시작했다.
마음은 활력을 찾아야지 하면서도 생활이 바뀌지 않으니까 쉬지 못하고 피곤한 싱황이 계속됐다.
모든 조건과 상황을 완벽하게 갖춘 다음에 시작한다면
어느 세월에 그걸 다 갖추고 할 수 있을까?
내 나이 50이 되어도 60이 되어도 안될 일이다.
40대를 보내면서 ' 아 이렇게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시간이 빨리 가다니
그렇다면 50대는 얼마나 더 빨리 갈까?'라는 생각에 불안함으로 채워진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았다.
또 언제까지 이렇게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무기력증으로 지낼 수는 없겠다 싶어서
인터넷에서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신청하게 됐다.
미라클 모잉 챌린지는 6시부터 한 시간 줌으로 만나서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7시에는 마치는 방식인데
오늘이 벌써 2주째 되는 날이다.
처음 한주는 새벽에 늦게 자던 습관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온 가족이 잠들어 있는 적막이 흐르는 그 시간에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하는 그 시간이 힐링이 됐다.
그 시간 동안 난 거창한 무언가를 하진 않는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생각 등을 정리하는 시간
어쩌면 나는 그 어떤 쉼보다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하루가 미라클은 아닐지라도 그 시간이 주는 조용함 속에서의 충전이 조금 더 좋은 하루를 보내게끔 한다.
2주간 애쓴 나를 토닥이며 오늘은 좀 피곤하니 조금 더 자볼까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친구가 추천해 준 러닝앱에서 친구의 러닝시작 알람이 울린다.
무의식적으로 응원버튼을 누른 뒤, 나도 그냥 이렇게 눕지 말고 그냥 좀 걸을까 싶어서 부랴부랴 모자를 눌러쓰고 집 앞 공터에서 20분가량 산책을 하고 왔다.
집에 와서는 시장에서 사 온 2개에 1500원 하는 가지로 양파가지덮밥을 만들어서 먹었다.
양파의 달큼한 향기가 어우러진 나의 아침식사에 흐뭇해진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잘 차려진 외식이 아니라 집에 있는 채소들로 채워진 나를 위한 소박한 밥상을 맛보고 싶었다.
돈이 없어서 운동 pt를 못 끊는 내 환경을 탓하기 전에 지금 내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산책을 할 수 도 있고 근사한 카페 대신에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마실 수 도 있는 일인데 말이다.
나를 위한 소박한 이 시간들로 충분히 즐겁고 힘을 얻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은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이 별거더냐.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한 것들로 시간을 채우니 전보다 나 자신이 단단해 짐을 느낀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렇게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푹 자고 잘 차려진 밥을 먹고 적당한 운동으로 사는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루틴을
이제는 지켜나가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면 글쓰기가 약한 나 같은 사람은 필력을 키우고 시작해야지 란 마음도 있었다.
나는 늘 그랬다.
달라지길 바라면서 완벽한 상황이 만들어져 해결해 주길 막연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갓생 모닝을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만 외쳤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자 한다.
내 인생의 중년을 이렇게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