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과 같은 결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렸을 적에 나는
‘사람을 간 보는 건 나쁜 행동이야. 사람이 솔직하고 진솔하게 대해야지 그건 맞지 않아.’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런 관계에서 좋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더 발전되지 않는 평행선 관계를 지속하는 인연도 많았다.
우연히 내 인스타 아이디를 알게 된 지인이었는데 그녀가 인스타를 한다는 것을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내 것을 알게 됐길래 네 아이디는 뭐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비공개계정이라고 입을 닫아버린다.
‘그럼 뭐야. 내 주소만 알고 본인 것은 안 알려주는 거야?’
인스타를 보면서 내 근황 파악은 하면서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반갑게 통화할 때면
“오후에 커피 마실까?”
“음…. 난 오후에는 안돼. 어디 좀 가야 해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개인적인 일’이라는 말을 상대에게 언급하는 것은 ‘나의 비밀을 너에게 오픈하기는 좀 그래’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궁금함에 여지를 주는 말을 들을 때면 샌드위치에 바르다만 잼을 보는 것처럼 씁쓸하고 찝찝했다.
‘개인적인 일’ ‘급하게 볼일을 보느라고’ ‘요청받은 처리 해야 되는 일이 있어’라는 말을 타인에게 하기 전에, 상대방이 알기 곤란한 일이라면 처음부터 “개인적인 일”이라고 간을 보는 말은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가감 없이 말하는 사람을 봐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너무 과하게 자신의 속내를 창고 대방출하여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떠드는 사람이나, 무언가를 얘기할 때 비밀 거리를 남기는 사람 모두 타인을 살피지 않는 불편한 감정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태도를 마주할 때면 마음의 거리가 더 멀어졌다.
이런 마음으로 관계를 지속할 때면 왠지 모를 공허함에 젖어들곤 했다.
바르다만 잼처럼 할 말을 다 안 해서 답답함을 주거나, 잼이 흘러넘치도록 혼자서 떠드는 인연은 피곤해서 그만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