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엄마들이 카페에 모였다.
“그 엄마 일하는 것 같더라?”
“어쩐지 매일 헐렁한 티셔츠만 입었는데 요즘은 정장 차려입고 화장도 화사하던데?”
“우와! 부럽다! 우린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종종 만나던 아이 친구 엄마가 취업해서 오늘 모임의 주제로 떠올랐다.
그녀의 바쁜 일상이 언급되자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일해서 애들 학원 하나씩 더 넣었나 보네?”
아이들을 학원 일정을 추가한 게 은근히 부러움 섞인 목소리다.
엄마들이 모임 주제는 무료한 일상에 대한 사소한 푸념이 대부분이다.
물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수의 친구가 생길 순 있지만, 그 역시도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 반복적인 가십거리를 나누면서, 점점 모임에 흥미를 잃어갈 때가 많았다.
내 일상이 흥미롭지 않을 때 남의 인생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곤 한다.
둘째 언니는 조카가 세 살 되던 해에 새롭게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에 이런 말을 했다.
“엄마들하고 매일 부침개를 만들어 먹으면서 만났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똑같은 시댁 얘기와 남편 이야기들이 재미가 없어지더라. 매일 음식도 만들어 먹고 다 좋은데…. 함께할수록 난 일하고 싶더라고.”
그때 나는 20대여서 언니의 그 말이 와닿지 않았었다.
“아…. 엄마들은 모여서 부침개를 만들어 먹는구나.”
하며 그 상황을 웃어넘겼는데, 10년 넘게 주부 생활을 하다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곱씹게 됐다.
어떤 모임에서 이야기의 흥미를 못 느끼면 그 관계는 겉돌고 만다.
표면적으로는 웃고 있지만, 켜켜이 쌓여가는 피로감으로 인해서 점차 만남이 줄어들었다.
혼자 보내는 하루가 쓸쓸할 날도 있다.
하지만 겉도는 이야기로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는 것보다 홀로 커피를 내리는 이 아침의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를 중심으로 한 재미와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을 찾지 못하면 남의 인생을 신경 쓰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마음의 노화가 진행되기 전에 먼저 나의 마음을 채워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