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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Oct 25. 2024

슬플 때면 글을 써요.

“꼬망이는 생각을 잘 표현해서 글에 담았구나. 너무 잘했어.”     


초등학교 3학년 때 ‘빨간 구두’를 읽고 독후감 검사를 받았다. 글을 잘 쓴 아이에게는 선명하게 별 세 개의 표시와 ‘참 잘했어요’란 도장이 찍혔다. 그 아래 선생님의 간단한 감상이 적혀있었다. 


흔한 상장 한 번 받아보지 못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늘 칭찬에 목말랐다.


선생님의 독후감 평가를 받고서는 뛸 듯이 기뻤다. 나도 잘한다는 얘기를 어른에게 들으니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밤에 잠들 때도 그 칭찬이 너무 기뻐서 공책을 끌어안고 잠들었다.     


어렸을 때는 빨간 구두 속 쓸쓸한 카렌의 죽음보다 세련되고 빛나는 빨간 구두를 신었던 카렌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어른이 된 뒤로는 빨간 구두 속 카렌의 죽음이 지독하게 외로웠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카렌도 마음속 슬픔을 해결할 방법을 알았다면 그렇게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 텐데. 카렌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할 때 등대처럼 붙잡아 줄 수 있는 이가 없었다는 게 서글펐다.     


나는 감정의 큰 파도가 휘몰아칠 때 늘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의 혐오스러운 감정을 마주할 때면 타인에게 확인받고 싶었고 불안을 해소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마음으로 누구를 만나고 와도 마음속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작년에 책 출간 작업을 하면서 나의 마음과 생각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누군가의 위로로 마음속 공허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마음을 인식한 후에는 슬프거나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더욱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애쓴다.     


내면의 슬픔이 밀려오면 나는 수첩을 펼쳐서 글을 쓴다.

흰 종이 안에 복잡한 감정을 그 어떤 가감 없이 넣는다. 수치심과 고독, 타인의 비난등으로 들끓는 마음을 종이 한 장에 가득 채우면 부치지 못할 편지일지라도 가슴속 고독이 한결 가라앉는다. 그 시간을 통해서 점차 타인의 위로에 의지하지 않게 됐다. 

마음의 그늘이 침잠되지 않도록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슬프고 아픈 하루에 애정 어린 숨결을 갖게 된다.     


잘린 발목으로 영원히 걸어야만 하는 두려움 가득한 카렌의 곁에 쪽빛 잿빛 구두가 절실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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