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분석: 디오 브란도(죠죠의 기묘한 모험: 팬텀 블러드)
디오 브란도는 무서운 빌런이다. '악도 성장한다'는 걸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내뱉는 목표는 코웃음을 치게 한다. 모든 생물의 정점에 서겠다니. 그런데 디오의 무서움은 거기서 나오지 않는다. 그는 실패할 때마다 더욱 강해진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계속 고안해낸다. 그래서 무섭다. 디오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성장하는 인간이다.
디오는 소년 시절부터 타인을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이었다. 죠지 죠스타의 총애를 얻기 위해 점잖은 척을 했지만, 죠지의 아들 죠나단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했다. 그로 인해 죠나단한테 구타를 당한 뒤에는 침묵을 유지한다. 그리고 대학생 때까지 죠나단과 친분을 유지한다. 그러면서 그는 죠지에게 비밀리에 독약을 먹여 죠지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그 계획까지도 죠나단에게 들통난다.
여기서 디오는 "인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죠지의 집에는 돌가면이 있었다. 그 돌가면으로 흡혈귀가 된 것이다. 이 결론이 디오에게 자연스러운 이유. 디오는 어릴 때부터 죠스타 가문의 모든 것을 뺏으려 분투했다. 그러나 숙적 죠나단은 그 시도를 계속 좌절시킨다. 한계에 다다른 순간 생각한 것이다. 더 이상 인간의 방법으로는 죠나단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완전히 다른 존재로 탄생한다면, 죠나단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디오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 매번 방법을 바꾼다. 자신의 인간성마저 포기한다. 아라키 히로히코의 책 아라키 히로히코의 만화술에는 '플러스 전개'란 개념이 나온다. 주인공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악당도 이처럼 시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이게 '플러스 전개'다. 그래서 죠나단과 디오의 싸움은 단순한 선악 대립이 아니다. 성장 방향이 정반대인 두 존재의 필연적인 충돌이다.
그런데 디오는 이 점을 간과했다. 자기 힘에 취해 자신만 성장했다 착각한 것이다. 죠나단은 디오와 싸우며 '파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익힌다. 이 파문은 '선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치다. 이렇게 죠나단은 인간이 지닌 가능성을 확장했고, 끝내 디오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의 승리는 단순한 승패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인간은 악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윤리적 진화를 할 수 있다. 이걸 알려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디오 브란도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지는 이유. 그가 지녔던 순수한 집념과 의지 때문일 것이다. 실패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은 분명 본받아야 하는 점이다. 현실의 성공한 사람들도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있고. 물론 디오는 나쁜 방향으로 성장했지만. 그래서 디오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욱 두렵다.
디오 브란도는 우리에게 섬뜩하게 묻는다. "너는 어느 방향으로 성장하는가?" 디오는 악행이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죠나단은 선도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여러 형태로 이 주제를 변주한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대립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 특유의 인간 찬가를 완성시킨다. 1980년대에 처음 나온 만화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