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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맨(2006)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묻다

by 박지수

줄거리 요약

근미래 영국. 인류는 이제 아이를 낳지 못한다. 겨우 청소년으로 자란 아이마저 세상을 떠난다. 거기다 곳곳에서는 테러가 터지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자살약을 제공해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절망은 일상이 되었다. 칠드런 오브 맨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영화 속 근미래 영국은 황폐하게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들은 점점 희망을 찾는 여정을 그리는 장면으로 바뀐다.


주인공 테오(클라이브 오언)는 냉소주의자다. 원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헌신했던 사람이었다. 난민 해방 단체 피쉬에서 활동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거기다 죽은 아이는 테오의 아이었다. 이렇게 테오는 영화 처음엔 한없이 슬프고 냉소적인 사람으로 그려진다. 옛 연인이자 피쉬 리더 줄리안(줄리안 무어)이 키(클레어 호프 애쉬티)을 위한 여행증을 부탁했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테오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키가 임신을 했다는 것. 그런데 테오는 세상이 이 사실을 기뻐하지 않겠다 직감한다. 영화 속 난민은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속에서 아기가 태어난다면, 난민이 인류를 구하는 그림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피쉬까지 아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이었다. 그 때부터 테오는 아이를 그들로부터 지키는 데 헌신하게 된다.


롱테이크, 롱테이크, 롱테이크

이 영화의 대단한 점. 이 혼돈과 희망의 여정을 롱테이크로 그려내고 있단 것이다. 첫 번째 명장면. 처음 테오가 어떤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 롱테이크 처음에는 테오 일행이 차를 타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 때 적이 습격해서 줄리안이 사망하기까지를 롱테이크로 그려냈다. 두 번째 명장면. 난민과 정부군이 총격전을 벌일 때 테오는 아이를 구해내 천천히 건물 밖으로 나온다. 그 때도 롱테이크로 나온다.


알폰소 쿠아론의 대단한 점은 역시 롱테이크에서 나온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카메라, 점점 피와 먼지투성이가 되어가는 화면, 그리고 긴 신. 이를 통해 현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명장면 모두 롱테이크가 없었으면 명장면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롱테이크로 현장감을 극대화시켰다. 두 번째는 장면이 뿜어내는 신성한 감정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칠드런 오브 맨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이 영화는 메시지와 영화적 만듦새가 잘 어우러진 영화 중 하나다. 물론 메시지가 노골적이긴 하다. 인류의 희망의 키(열쇠)를 구해야 한다니. 그리고 인류의 희망이라 하는 자식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빈민가에서 태어났다니. 묘하게 예수님을 연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칠드런 오브 맨은 롱테이크를 통해 그러한 약점마저 상쇄시키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노골적이어서 더 신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칠드런 오브 맨은 그러한 희생적인 사랑을 인류 구원의 요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절망의 시대 속에서도 기어이 인간을 구원해내고야 마는 사랑. 그것을 증명하는 듯한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다. 테오는 아이, 키가 보는 가운데 어떤 보트에서 총상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그것이 슬프게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 끝내 그 희생적인 사랑을 통해 테오 자신마저 구원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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