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의 나
5월 9일(목) : S모 기업 1차 면접
5월 15일(수) :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5월 17일(금) : S모 기업 최종 면접
- 5월 20일(월) : S모 기업 최종 결과 발표
5월 21일(화) : N모 기업 원데이 면접
- 5월 22일(수) :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결과 발표
5월 28일(화) : A매치 금융공기업 최종 면접
- 5월 30일(목) : A매치 금융공기업 최종 결과 발표
6월 4일(화) : N모 기업 최종 결과 발표
2019년 5월 20일, 하루 아침에 기쁜 마음으로 대학병원 교직원을 때려치고, S모 기업에 갈 수 있게 된 나 자신을 칭찬해 주었다. 하지만 마냥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엔 다음 날 N모 기업 원데이 면접이 두려웠다. 부리나케 N모 기업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 번 찾아보고, 면접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겸손하고 똑똑한 사람. 내가 정한 이미지는 이것이다.
엄청난 높이와 크기의 본사에 압도되었다. 1층 로비 옆에 있는 강당에 들어가서 대기했다. 앉으라는 자리에 앉았고, 나는 누군지 모를 5명과 한 조로 묶였다. 면접은 크게 PT면접, 집단면접, 토론면접으로 이루어졌고, 같은 조원들과 동시에 움직였다.
PT면접의 경우, 주제와 주제와 관련된 자료들이 주어지면 그것을 보고 20분간 준비한 후 5분 발표, 5분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뒤집힌 주제 카드 중에 랜덤하게 골라서 준비하는 것인데, 나는 '공유경제의 장단점과 우리 회사가 지역사회를 위해 만들 수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뽑았다.
운이 좋게도 이는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때 다뤄본 주제였어서, 기분 좋게 준비할 수 있었다. 주어진 자료를 보고 공유경제의 장단점을 추려서 2개씩 정리한 뒤, 공유경제 서비스를 '유휴 자산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기획했다. 면접관 2명에게 질문은 총 3-4개 정도를 받았고,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대답했다.
집단면접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아는 다대다 면접의 형식이었다. 면접관 5명이 참여해서 질문을 하나씩 던졌다. 이 면접의 신기한 점은, 대답 순서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생각나는 지원자가 대답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처음 겪는 면접 방식이었는데, 그냥 적절하게 중간 순서에 대답하기로 했다. 너무 튀지도, 너무 가만히 있지도 않으려는 전략이었다.
토론면접의 경우, 법정 정년 연장을 주제로 6명 VS 6명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 찬반은 면접관들이 정해주었고, 1시간 정도 토론을 진행했다.
결과는 무려 2주 후에나 나올 예정이었으므로, N모 기업의 면접에 대해서는 까먹고 있기로 했다. 이미 끝난 것에 연연하면 나만 스트레스 받을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뭔가 기분이 좋았고, 교훈도 얻었다. 관련 기업들의 면접은 최대한 많이 참여해보는 것이 나에게 유익하다는 점. PT면접에서 뽑은 주제가, 다른 면접 때문에 준비했던 주제였어서 비교적 수월했던 것은 나에게 매우 큰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 점 때문에 다른 순서들에도 마음 편히 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N모 기업 면접 다음 날, 나는 집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다. 이제 대학병원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쉬우면서도, 또 시원섭섭하면서도, 너무 좋았다. 내가 잠깐이지만 직장인이 아니라니. 퍼질러자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구나. 행복했다. 하지만 집돌이 특성상, 어디로 여행을 가거나 신나게 놀지는 못했다. 단지 조금 늦게 일어나고, 조금 늦게 잠들 수 있었다. 소확행이었다.
느닷없이 1차 면접 결과가 나왔고, 운이 좋게 합격 메시지를 받았다. 이제 최종 면접만 준비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작년에 다른 A매치 금융공기업에 1차 면접 합격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나는 '최종면접은 가볍게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최종면접은 사실상 인성면접이니까 운이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1차 면접의 무게감 이상의 무게를 최종 면접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1차 면접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를 최종 면접에 쏟아야한다고 본다. 최종 면접은 최종 합격 바로 앞 문턱에서 나 자신을 어필하는 자리이다. 물론, 나를 가볍게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겠지만, 그 가벼운 찰나의 판단을 위해 나는 수많은 방면으로 나 자신을 어필할 방법을 준비해가야 했다.
그래서 최종 면접 스터디에 가입했다. 이제 일도 안하고 있고 시간도 널널했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최종 면접 스터디원들과 2-3번 정도 만나서 최종 면접을 준비했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1차 면접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그러면 최종 면접에서 드러나는 나의 인성, 나의 면모, 나의 태도가 그 기업이 원하는 핏(fit)에 어느 정도 맞추어진다. 따라서 최종 면접의 준비는 해당 기업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나를 부합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A매치 금융공기업 최종 면접에 임했다. 작년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이었고, 작년과 같이 불합격 메시지를 받아들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작년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최종 면접에 임했다.
훨씬 많이 준비했고,
훨씬 일찍 회사 근처에 도착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
훨씬, 대학병원 교직원 근무 당시 팀장님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임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3번인데, 이것 때문에 나는 A매치 금융공기업 준비생들에게 인턴이든 무엇이든 일을 꼭 해보기를 권한다. 도서관에 앉아 10시간씩 공부하는 것보다, 일을 해본 경험이 내 자신에게도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된다.
-
4명에서 한 조를 이뤄 들어가, 한 20-25분 정도를 할애해서 최종 면접을 보았다. 일반적인 임원 면접 느낌이었다. 질문은 총 3개였고, 질문당 꼬리질문이 꽤 있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많지 않았고, 그냥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을 조금 더 심화해서 진솔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어느 기업이나 이는 똑같다.)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편안함을 추구하던 나를 여기로 추동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다소 막연한 감정이 내 삶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호기심일 수도 있고, 단순한 이끌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알 수 없는 감정조차 내가 만들어낸 전유물이었기에, 결국 나는 내 감정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 나를 이끄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몸을 맡기면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것. 이 지점에서 나에게 높은 자기효능감이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며칠 뒤, 몇 달 동안 고생한 나 자신에게 강릉 여행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조개구이도 먹고, 초당순두부도 먹고, 시장도 구경하고, 안목해변에서 커피도 마셨다. 이게 극락인가 싶었다. 다시 회사에 다니게 된다면 평일에 이렇게 여행을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거니 싶어, 더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강릉에서 돌아오는 길에, A매치 금융공기업의 합격 발표 문자를 받았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휴대폰으로 사이트에 접속하여 나는 결과를 확인했다.
두구두구.
(다음, 마지막 편)
<A매치 금융공기업 입사 공유의 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