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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메디아 Aug 16. 2022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2019년 6월의 나, 그리고 2022년 8월의 나

5월 9일(목) : S모 기업 1차 면접

5월 15일(수) :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5월 17일(금) : S모 기업 최종 면접

- 5월 20일(월) : S모 기업 최종 결과 발표

5월 21일(화) : N모 기업 원데이 면접

- 5월 22일(수) :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결과 발표

5월 28일(화) : A매치 금융공기업 최종 면접

- 5월 30일(목) : A매치 금융공기업 최종 결과 발표

6월 4일(화) : N모 기업 최종 결과 발표



N모 기업 최종 합격



2017년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장장 1년 반에 걸친 이야기가 끝이 났다. 2017년 12월, A매치 금융공기업에 입사하기로 결정한 나는 2019년 6월, A매치 금융공기업에 입사한 사람이 되었다.


상기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N모 기업에도 최종 합격했으나 결국에는 입사를 포기했다. 입사 포기를 위해 인사팀에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 : 혹시 어느 회사 붙으셔서 포기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나 : 아... (회사명)이요.

� : 앗, 아.. 음.. 그렇군요. 거기면 가셔야죠.


참고로 5월 S모 기업에 최종 합격하고 나서 입사 포기 전화를 했을 때도 동일한 반응이었다. 사실 글이 길어져서 적지는 않았지만, S모 기업의 경우에는 채용검진에까지 참석했다. 채용검진까지 다 받고나서, 예비소집 직전에 입사 포기 전화를 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예비소집 때 '합격자 중 한 명이 A매치 붙어서 입사를 포기했습니다'라고 인사 담당자 분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한편, 설레는 마음으로 A매치 금융공기업의 예비소집에 갔고, 연수를 받았으며, 새로운 부서에 배치를 받았다. 기회만 된다면 회사 생활 이모저모에 대해서도 글을 적고 싶지만,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은 엄두도 나지를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고생했나..' 싶기도 하다. 재수없게 들리지만 자만은 아니다. 오히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현실적인 이야기다. 취준생 입장에서 판타지에 가까웠던 곳이 나의 삶의 터전이 되는 순간, 그 곳은 직장인으로서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짜증이 팍 나는 곳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월급날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월급날과 멀어질수록 회사에 대한 욕이 늘어난다. 또 그러다가도 이 글을 쓰려 데스크탑 앞에 앉으면, 그 때 회사에 가기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사유에 잠겼던 날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지금의 나는 어느새 3년 넘게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대리다. 그 사이 회사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고, 어떤 사람과는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였으며, 연애에 있어 이별과 또 다른 만남을 겪었다. 직장은 한때 목표였으나 지금 나에게 이러한 생활을 가능케 만드는 자금조달의 원천이 되었다. 이에 감사히 생각한다.


그나저나 나는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 못 된다. 맨날 집에 늘어져서 책 읽고 유튜브 보고, Work와 Life를 심하게 구분하는 스타일이다. Work가 끝나면 재빨리 나의 Life를 위해 집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다시금 늘어진다. 그런 내가 한때 A매치 금융공기업이라는 Work를 위해 내 Life를 잠시 내려놓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 때의 나에게도 마음 속에 불씨가 있었구나(?).


대학병원 교직원 당시 팀장님의 문자메시지



이 글을 쓰면서 예전 스크린샷을 찾아보다가, 이 문자를 발견했다. 이 시리즈를 쭉 읽은 독자는 알겠지만, 나는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고작 4개월 남짓 대학병원 교직원 생활을 했다. A매치 금융공기업에 합격하고나서 팀장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팀장님에게 위와 같이 답변이 왔다.


한편으로 얼마나 싫었을까. 새파랗게 어린 애가 일도 아직 제대로 안 익혔으면서 갑자기 퇴사한다고 나가버렸으니. '90년대생들이 온다' 책을 읽으면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팀장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내 생각에, 팀장님은 (스스로 늘 걱정했지만) 결코 꼰대가 아니었다. 저렇게 좋으신 분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빈 말일 지도 모르겠지만 저 짧은 메시지에, 나라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가득하다. 팀장님은 잘 지내실까. 오랜만에 연락드려봐야겠다.



운명으로 친다면,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아이유 - 분홍신


슬슬 글을 줄이고자 한다. 오늘 일이 너무 많았어서, 조금은 쉬고싶다. 마지막으로 21세기 한국 대중가요 노랫말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를 인용해왔다. 동시에, 내 좌우명에 가까운 문장이기도 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나는 꼭 '맞는 길을 고른다'라는 자기신뢰, 그리고 그 자기신뢰가 형성해내는 과정 및 결과가 곧 '운명'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보잘 것 없는 직장 중 하나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원대한 꿈이 될 수도 있는, A매치 금융공기업이라는 곳에 입사하는 일에도 해당될 수 있다.


또, 나는 언젠가 이 회사를 퇴사할 지도 모른다. '에잇, 때려쳐야지.'라는 충동일 수도, 세세한 계획에 의거한 이직일 수도 있다. 근데 두렵지는 않다. 그걸 선택하는 데 이유가 있겠지. 나는 내 선택을 좀 믿는 편이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건지, 자만심이 가득한 건지. 하지만 선택의 자유만큼 선택의 책임에 대해 중요시 여기는 어른으로서의 마인드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기는 한다.


눈을 감은 것처럼, 내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나의 선택에 따라 태어날 미래의 '나'가 나에게 운명일지 아닐지 정말로 모르겠지만, 결국 맞는 길로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생각을 중요하게 여겨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A매치 금융공기업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는 A매치 금융공기업에 입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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