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어긋남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인데도 내 안의 속도와 이곳의 흐름이 맞지 않는 순간들이 점차 늘어났다. 그걸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미팅에서 내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했고, 감사하게도 조금씩 바뀌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내가 일하던 지점이 문을 닫게 됐다.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고 나도 그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됐다. 오래 고민하고 부딪혔던 공간이었지만 마지막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게 됐다.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멈춤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금 가벼웠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 일을 어떤 방식으로 계속하고 싶은지, 어디까지가 나에게 맞는지.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서 내 생각이 조금 더 잘 들렸다. 그때 아주 오랜만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내가 직접 다음을 선택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막연하게 러쉬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언젠가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해 왔다. 그곳의 스파는 어떤 공기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 전에 내 이력서를 영국 팀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러쉬 스파에서의 시간도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영문으로 이력서와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회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보내주기는 하겠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력서를 보낸 뒤로도 두 달 넘게 별다른 소식은 없었고, 나는 다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오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 이 시리즈에 함께 올리는 사진들은 모두 여행하면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