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레벨 1 수업만 들을 생각이었다. 여행 중 체험으로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갈 즈음 알게 됐다. 전통 태국 마사지는 후면까지 배워야 전신을 다룰 수 있고, 그러려면 레벨 2까지 들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 조금 더 배우면 몸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아 온 돈은 넉넉하지 않았다. 이미 레벨 1 수업료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주말 내내 계산기를 두드리듯 생각을 굴렸다. 결국 다른 걸 아끼기로 했다. 이동을 줄이고, 덜 먹고, 머무는 곳도 조금 더 단순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레벨 2까지 듣기로 했다. 일주일만 더, 몸을 끝까지 배워보고 싶었다.
치앙마이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리듬으로 흘러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에 수업이 시작해 저녁 5시에 끝났다. 2주 동안 하루의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남아 연습을 했다. 매트 위에 앉아 서로의 몸에 손을 올리고, 배운 동작을 천천히 반복했다. 생각보다 손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레벨 2 과정까지 마친 뒤에는 치앙칸으로 향했다. 라오스 국경 가까이에 있는 작은 동네였다. 2주 동안 수업을 끝까지 마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여행이었다. 메콩 강을 따라 천천히 걷고, 별다른 계획 없이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햇빛을 받고, 저녁에는 강가에 앉아 가만히 숨을 골랐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같은 질문이 조용히 떠올랐다.
이걸 계속해도 괜찮을까.
이 일을 정말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내가 가려는 쪽은 이 방향이 맞을까.
나는 대학을 나왔고, 영문학을 전공했다. 미술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마사지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조금 낯설어하셨다. 그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 한쪽이 작게 흔들렸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 특히 ‘마사지’라는 말에 따라붙는 선입견이 마음에 걸렸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치앙칸에서 돌아온 뒤, 다시 치앙마이에 머물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냈다. 그곳에서 마리아를 만났다. 독일에서 온 친구였고,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크게 웃는 사람이었다. 웃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고개를 들게 만드는 그런 웃음이었다.
어느 날 밤, 내가 하고 있던 고민을 마리아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마리아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말했다. 영문학을 전공했다면 사람에 대해 많이 배웠을 거고, 미술을 했다면 손을 쓰는 데 익숙한 게 자연스럽지 않냐고. 자기가 보기엔 그 모든 게 마사지로 이어지는 것 같으니 네가 좋으면 해 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작아져서 잘 보이지 않던 마음속 불씨가 천천히 숨을 얻는 느낌이었다. 내가 배워왔던 것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미 이 길 어딘가에 놓여 있었던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는 내 선택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마음속의 불은 여전히 작았지만, 이상하게도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년 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베를린에서 마리아를 다시 만났다. 각자의 여행과 삶을 이어가다, 다른 도시에서 다시 마주친 순간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 마리아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이 돌아볼 만큼 크게 웃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이 일을 직업으로 삼기 전이라, 모든 게 그저 막연한 가능성처럼만 느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몸으로 익힌 감각과 그때 내 안에서 다시 타올랐던 작은 불은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
무엇이든 배워두면,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반드시 이어진다는 것을 나는 마리아 덕분에 알게 되었다.
* 이 시리즈에 함께 올리는 사진들은 모두 여행하면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