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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Jul 12. 2022

나는 100점 엄마가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팔에 기대어, 다정함에 눕고 싶어지는 순간들


내 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 아이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되어 간다. 참 어렵고도, 힘든 일 년이었다. 내 기준에선 다소 예민한 나의 아이는 태어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도록 흔히 말하는 ‘통잠’을 자지 않을뿐더러 낮잠과 저녁잠 텀이 8시간이 넘을 정도로 잠도 짧고, 체력도 좋은 아이다. 반면에 나는, 우리 가족들 중에서도 가장 체력이 약한 편이고, 피곤하면 짜증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쉴 틈 없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육아를 한다는 게 참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최근 9, 10, 11, 12번째 이가 나기 시작한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물기 시작했다. 오늘 물린 곳은 허벅지 안 쪽이었는데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피가 맺히고 살이 부풀었다. 그 순간, 얼마나 화가 나는지 훈육을 핑계로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엄마 물지 말랬지! 물면 아프다고 했잖아.”


목소리엔 짜증과 화가 잔뜩 섞여 있었다. 최근 밤마다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 깨는 아이로 인해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탓인지 또다시 내가 내 감정에 지게 되었고 그 화살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향했다. 그리고 아이의 눈을 마주한 순간, 아차 싶었다. 감정이 예민한 내 아이에게 나는 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 든 것처럼 참혹함이 밀려들었다. 분명히 상처받았으리라.


앞으로 이 아이의 인생에 오늘의 내가 혹시나 좋지 않을 파장을 일으켰을 거라 생각하니,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 결국 물렸다는 핑계로 울었다. 눈물을 흘리는 순간에도, 내 우는 얼굴이 이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심어 줄까 덜컥 겁이 나서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사실은 미안했다. 엄마가 부족해서, 상처 줘서, 그리고 내가 너의 엄마여서.


아이가 잠들기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쉬지 않고 해 줬다. 오랜만에 팔베개를 하고,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나도 위로받고 싶었다.

누군가의 팔에 기대어, 다정함에 눕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세, 나는 엄마니까 울지 말아야지, 씩씩해야지. 마음을 고쳐 먹는다.

고요한 내 눈물은 누가 닦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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