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그대로였다
살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을 제외하고 무언가를 갖기 위해, 혹은 이루기 위해 질릴 만큼 열정을 가진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단연코 없다. 그 무엇도.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언제나 과거에 머물고
과거에 붙잡혀, 감정 과잉이 되는 날이면 와르르 무너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숙제는 매번 하기 싫고, 최대한 미루고 싶은 법인데 내게는 내가 세운 목표들이 그랬다.
1월 1일, 목표를 세우고 1월 2일에 무너지면 일 년을 무기력하게 지냈다. 1월 3일부터 다시 한다는 건 나에게 무의미했다. 이미 1월 중 이틀을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꿈은 꾸기만 할 뿐 이뤄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세워 놓은 계획을 충실하게 해내는 모범생이 되어 간다. 그러기 위해서 잠을 줄였고, 체크리스트에 적힌 해야 할 일들이 공백 없이 채워지면 잠에 들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 이루고 싶은 일을 해낸다는 이유로 나는 너에게 소홀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루 중,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전보다 늘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네가 보낸 눈길을 몇 번이나 놓쳤을까. 나를 향해 뻗었던 손길을 놓친 건 몇 번일까. 내가 놓친 너의 눈빛은 어땠을까,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마, 엄마.”
네가 내는 소리 반응해주지 못했던 나 때문에 네가 겪었을 상실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나는 네가 조금 더 자랄수록 이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네 뒤에 앉은 나를 네가 보지 못하니까 나 역시, 너를 바라봐주지 않아도 너는 모르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리석은 엄마의 목을 꼭 끌어안아 주던 따뜻한 네 팔이 아픈 밤이다.
내일은 더 사랑해 줘야지, 더 집중해 줘야지.
매일밤, 잠든 너를 보며 마음먹어 본다. 그런데 이런 다짐이 다 무슨 소용이야. 내가 그대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