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수십 번 죽고 살았던 나를 살렸다
엄마가 내 나이 열다섯, 여름. 아빠와 크게 싸운 후, 집을 나가겠다고 했었다. 그때 엄마 나이 서른넷.
아빠를 더 이상 사랑하지도 않을 세월과 잦은 싸움, 그리고 엄마의 변심. 이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지며 엄마는 결심한 듯했다.
그날 밤, 밤새 울며 편지를 적었다.
‘엄마. 엄마가 없으면 내가 커서 아기를 낳으러 갈 때 나는 누구랑 함께여야 해?’
눈물 고인 문장들을 적어 내며, 나는 죽고 싶었다.
미래 없는 미래, 엄마를 붙잡기 위한 나의 마지막 발악, 그것들이 외면받을까 봐 두려웠다.
엄마는 편지를 읽은 후, 결국 집에 남았다. 그리고 나는 평생 짐을 짊어졌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했고, 엄마 인생 일부분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짐.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나를 수십 번 죽이고 살리며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젖은 몸에 걸친 브래지어만큼 불편한 열다섯의 삶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언제나 죽음의 냄새를 맡으며 의미 없이 살아냈다. 이런 내 마음을 엄마가 알았던 걸까, 죽어가는 나 대신 엄마가 아팠다.
“엄마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엄마의 병실에서 열흘 가까이 잠들지 못하며, 읊조렸던 내 말들 때문에 엄마는 살았다.
그래서 나도 살았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엄마 아닌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내 아이.
아이가 태어나던 날, 한 번도 간절했던 적 없던 삶이 간절해졌다. 오래 살고 싶다. 이 아이가 커서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울타리가 되어 주고, 가장 안전한 세상이 되어 주고 싶다. 그 마음이 너무 간절해져서 몸이 아픈 와중에도 마음속으로 빌며 울었다.
“이 아이가 외롭지 않게, 오래 살게 해 주세요.”